탈북자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최근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것도 강사로 초청을 받아 당당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권부로 들어갔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탈출한 보상이라고 할까. 김 대표는 이틀 연속 청와대를 방문해 수백 명의 직원들에게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4년 전 훨씬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미 대통령의 탈북자 면담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김 대표의 청와대 강연은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인권법 실효성 없다”는 건 핑계
국회도 변하고 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1일 북한인권법안을 채택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북한인권법을 갖게 된다. 북한인권법안은 17대 국회 때 발의됐으나 여당이던 열린우리당(민주당)의 거부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18대 들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시 법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2년을 흘려보냈다. 북한인권법의 외통위 통과도 민주당이 집권당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나흘 뒤 법사위가 북한인권법안을 다룬다. 위원장이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어서 통과 여부를 전망하기 어렵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아 입법 실효성이 없다”며 법안 채택에 반대했다. 한심한 주장이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부시가 탈북자를 만난 것도, 미 국무부가 2007년 김성민 대표에게 50만 달러를 지원해 대북방송 사업에 큰 도움을 준 것도 인권법 덕분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증진 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인권대사를 두고,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를 수집 기록 보존하는 일을 무슨 근거로 실효성이 없다고 폄훼하는가.
우리도 심각한 인권탄압을 경험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신문사에는 외국의 국제사면위원회 회원들이 보낸 국제우편이 거의 매일 수북이 쌓였다. 한국의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호소하는 편지였다. 이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한국 정부기관에도 줄기차게 편지를 보냈다.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인권개선을 직접 촉구했다. 세계의 이런 관심과 우려, 국내의 노력이 모여서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고 인권탄압에서 벗어났다.
2400만 동포 방치는 범죄행위다
국회는 지금 인권 심판대에 서 있다. 민주당은 정녕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정당이라는 낙인을 받고 싶은가. 민주당은 북한 주민이 우리와 똑같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할 동포라는 사실마저 부인하려는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