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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北 근로자 신종플루 확산우려… 南측 백신 여유분 인도적 지원 해줬으면”

입력 | 2010-02-20 03:00:00

남북협력병원 임세영 원장




벌써 4년째 일주일에 두세 번씩 북한 땅을 넘나드는 의사가 있다. 그는 2시간 정도 손수 차를 운전해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한다. 개성공단 내 남북협력병원의 임세영 원장(70·사진). 부산에 본부를 둔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가 2005년 1월 문을 연 남북협력병원은 남측 근로자 980명, 북측 근로자 4만 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병원에는 남북의사 12명을 포함해 18명이 근무한다. 그린닥터스가 5년간 인건비와 의약품 51억 원어치를 지원해 왔다.

통일부가 최근 개성공단 남측 주재원 9명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공단 내 신종 플루의 확산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임 원장을 만나 공단 내 상황과 그린닥터스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임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부터 조선중앙TV가 환자 발생 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내에서도 감기 환자가 늘고 있어 신종 플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북한은 환자가 발생하면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방역하고 있다. 신종 플루 의심환자는 일주일간 휴가를 가고 해당 작업장도 일주일간 문을 닫는다.

그는 “생산라인의 근로자들은 가깝게 붙어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신종 플루가 쉽게 번질 수 있다”며 “남측에선 신종 플루가 한풀 꺾였으니 여유분의 백신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은 발열을 동반한 감기 환자를 상대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고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릴렌자 100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30년간 서울 용산구에서 소아과를 운영해 온 임 원장은 4년 전 병원을 닫고 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