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화폐개혁 실패 후
체제전환 논의 확산
외부봉쇄 겹쳐…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北체제 위기 가중
붕괴조짐 있나… 학자들 “北, 루마니아 같은 상황 나타나”
대책마련 절실… 주변국 조정 필수… 분야별 응급처치 모색
북한이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 복원 정책들의 실패로 북한 체제를 둘러싼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북한 급변사태 논의’의 내용과 형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외부로부터의 봉쇄’라는 새 요인이 강조되고 사례 비교와 집단토론 기법 등 새로운 사회과학적 방법론도 도입되고 있다.
○ 주민 저항과 외부 봉쇄 영향에 주목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는 북한 주민과 지도자 간에 존재했던 ‘도덕적 밧줄’을 약화해 북한체제 내구력(耐久力)에 중대한 손상을 낳았다”며 “향후 북한의 급변사태 여부나 체제의 존속은 주민들의 정치적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 주민의 체제 피로도, 화폐개혁 실패의 후유증, 외부 정보의 침투와 확산 등이 증가하면서 점차 강압적 수단과 위기감 조성을 통해 북한 주민을 통제하는 방식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복원을 위한 정책들을 단행하자 시장에서 주민들이 생필품 거래 등 경제활동을 일시에 중단해 국가 경제를 마비시킨 것은 소극적이지만 명백한 저항으로 해석했다. 백 센터장은 “당국과 시장의 싸움에서 시장이 이긴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북한 붕괴의 ‘외부 요인’을 지적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에도 미국과 남한 중국 등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은 초유의 봉쇄 상태에 처해 있어 북한체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사회과학적 방법론 도입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동원한 장기 집단토론 방식으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미국 맥아더재단의 ‘아시아 안보구상’ 프로젝트에 참여해 북한의 미래를 주제로 월 1회가량 일민외교안보포럼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6차 포럼에서는 유호열 고려대 교수가 ‘북한 정세 현황과 위기상황의 유형 분석’을 발제하고 전문가 15명이 집단토론을 했다.
연구원은 2012년까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집단토론을 계속할 예정이다. 원장 대행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 급변사태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국제기구 등의 관점을 미리 파악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NDI·이사장 박관용)은 북한 급변사태가 났을 때 정치 행정 외교 군사 국방 등 분야별로 남한이 취해야 할 ‘응급처치(first aid)’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22일 ‘북한 급변사태 시 최우선 대응방안’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원장인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올해 6월 3차 세미나를 열어 치안이나 인도적 지원 문제 등 하나의 주제를 골라 심도 깊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