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얽힌 설계심사와 최저가 낙찰
최근 서울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펼침으로써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어느 유력 신문이 서울을 가장 방문해 보고 싶은 도시 31개 중에서 3번째로 꼽기도 했다. 아주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평가에 동의할 정도로 서울이 바뀌었는가?
베이징에 2008년 등장한 CCTV 사옥과 새둥지 올림픽 주경기장, 그리고 국가대극원(오페라하우스·음악당)을 보자. 우선 규모 면에서 중국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보다는 중국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의 스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공건물을 통해 베이징은 새로운 문화도시로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에 서울역 KTX 역사를 비교해 보자. 한국의 고속철도는 세계에 몇 개 되지 않는 자랑스러운 철도가 아닌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비가 새지 않는 정도의 모습이다.
건축 관련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설계심사제도는 어떠한가? 학연과 로비를 중심으로 하는 인적관계의 뿌리가 너무 두텁다. 아마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우리 풍토에서는 선정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학연에 의한 심사, 전관예우를 위한 심사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참신한 작가의 좋은 작품은 등장하기 어렵다.
우리 건축을 멍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최저가 낙찰제이다. 아주 이상적이고 경제적 제도인 듯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수주 경쟁은 실력(기술)보다 가격(덤핑)에 의해서 결정된다. 덤핑으로 수주한 공사에서 이익을 남겨야 하니, 부품업체를 쥐어짜는 도요타자동차와 같이 멍이 커져만 갈 것이다. 값싸게 지으려는 제도가 공사품질의 저하, 건축문화 발전의 장애,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국가 브랜드 위한 투자로 접근해야
김상대 고려대 건축공학 교수 세계초고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