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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위안화 절상 외치는 美, 씀씀이 줄이지 않고는…

입력 | 2010-02-23 03:00:00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이 대외 교역에서 너무 많은 적자를 내는 반면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글로벌 불균형의 본질은 미국이 너무 많이 소비해왔고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왕성한 소비에 기대 수출을 늘려 왔다는 점에 있다.

최근 벌어지는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논의는 1980년대 중반에 벌어졌던 논쟁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미국의 대외 불균형을 불러온 주된 당사자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누적됐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당시 기준 사상 최대였다.

글로벌 불균형을 가장 쉽게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역수지 흑자국가의 통화가치를 절상하는 일이다. 1980년대에는 선진국 간의 글로벌 공조라는 외피를 쓰고 일본 엔화의 인위적 절상이 단행됐다. 1985년의 플라자합의 직후 엔화의 가치는 수직으로 치솟았다. 플라자합의 직전 달러당 240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7년 12월에는 120엔대까지 떨어졌다.

환율에 대한 논쟁은 요즘도 활발하다. 글로벌 불균형의 한 축을 이루는 중국 위안화 절상이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은 1980년대와 닮은꼴이다. 중국 위안화는 2005년 7월 바스켓 통화제를 채택하면서 달러화 대비 절상세를 나타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부터는 고정환율제로 다시 돌아섰다. 달러화와 연동된 위안화의 상대 약세는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통화가치 절상의 타깃으로 지목된 국가의 화폐가치가 높아지더라도 미국 편에서의 대외 불균형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줄어든 것은 플라자합의 이후의 엔화 강세가 일단락된 이후였다. 오히려 달러 가치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불균형 완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2000년대에도 중국 위안화 절상이 진행됐던 2005∼2008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미국인들의 소비 구조조정 없이 미국의 대외 불균형이 축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역적자의 확대는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 상품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미국이 진정으로 대외 불균형을 완화하려 한다면 환율 조정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 글로벌 불균형의 완화는 미국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불균형 완화의 1단계인 환율과 관련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소비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