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리얼리티 내세워 선정적 프로 양산”

입력 | 2010-02-23 03:00:00

‘오락프로 정체성 위기’ 세미나
“투명한 심의기준 마련” 지적도




케이블채널 QTV의 오락 프로그램 ‘이판삼판’은 강도 센 벌칙으로 가학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QTV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오락 프로그램은 웃음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낯 뜨거운 오락 프로가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후원으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오락프로그램의 정체성 위기-선정성, 공익성만이 살 길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오락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종임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19세 시청가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선정성은 방송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지난해 ‘루저 파문’을 일으킨 KBS2 ‘미녀들의 수다’는 개인적인 의견과 방송이 수용 가능한 수준 사이에서 차이가 생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지나친 성적 표현이나 가학적인 벌칙, 비과학적인 내용을 담은 오락 프로도 많다고 지적했다.

Mnet ‘연애불변의 법칙7’(2009년 10월 16일 방영)은 남자친구의 바람기를 시험하는 내용을 소개하며 작업녀가 남자친구의 무릎에 앉아 키스를 하거나 남자친구가 작업녀의 쇄골에서부터 목까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SBS ‘황금나침반’은 지난해 5월 15일 강남 일대 유흥업소 여성 100명을 만난 남성 등을 출연시켜 자극적인 연애담을 방송했다. QTV ‘이판삼판’은 지난해 12월 7일 출연자에게 소 눈알과 굼벵이를 먹게 하거나 면도기를 이용해 진행자의 겨드랑이 털을 깎게 하는 가학적인 내용을 내보냈다. tvN ‘엑소시스트’는 지난해 10월 15일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집 밖을 돌아다니거나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해 이상형 연예인의 사진을 고르는 KBS2 ‘달콤한 밤’의 ‘이상형 월드컵’ 코너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오락 프로그램들이 사회문제를 다루며 공익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약자의 아픔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철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연예인들이 후진국을 찾아가 우물파기 등 마을지원 사업을 벌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단비’ 코너에 대해 “가난과 고통을 단순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인권과 사회변화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