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모자-선글라스 써… 수상히 여긴 경찰에 덜미
23년 동안 도망 다녔다. 선글라스를 끼거나 모자를 쓰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김모 씨(44)는 20일 오전에도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다. 그는 탈영병이었다. 1987년 12월 1일 육군 복무 중이던 김 씨는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김 씨는 23년 동안 군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뒀던 주민등록이 말소돼 결혼은커녕 취직도 못했지만 군대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하지만 경찰의 검거망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20일 오전 10시 반경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출구 옆에 서 있던 김 씨를 계속 지켜봤다. 아침부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게 수상했기 때문. 경찰은 김 씨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지갑이 없다”거나 “주민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추궁해 생년월일을 알아낸 뒤 그가 탈영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붙잡은 김 씨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로 신병을 넘겼다.
헌병대 관계자는 “군복무 이탈자는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각 군 참모총장이 3년마다 한 번씩 복귀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넘긴 탈영병도 명령위반죄로 군사법원에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씨는 40세가 넘어 군대는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