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분류는 대략 7가지가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평가하는 고도경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소득 회원국, 세계은행이 꼽는 고소득 경제국,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기는 인간개발지수 우량국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미국 중앙정보국이 분류하는 고도경제국,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는 삶의 질 상위국가 등이다. 한국은 다 포함돼 있다.
경제의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15위의 상위권에 올라있다. 세계지도에 그려지는 237개 나라 중에 이 정도면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선진국 문턱을 넘자고 하지, 우리는 선진국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비하일 수도 있겠으나 아직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내세우기엔 부끄러운 게 많기 때문이다. 좀 먹고살게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후진적 행태를 끌어안고 있는 자화상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부패, 정치 후진성, 기초질서 혼란
부패가 대표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교육계 비리를 보고 있자면 역대 정부, 그리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외쳐온 ‘부패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공염불이었구나 싶다. 교육청, 일선학교 할 것 없이 매관매직으로 교육권력을 팔고 사며 교육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이 나라 교육을 말아먹는구나 생각하니 암담하다. 교육계가 이런 부도덕 DNA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데 공교육이 정상화되겠는가. 선진국에서 학부모와 교사 교장이 촌지로 유착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그들 나라의 교직자들이 우리 교직자들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기 때문이 아니다. 뒷돈을 주지 않아도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열정을 바치는 나라, 그게 선진국이다.
부패를 줄이자면 개인의 도덕성, 공직자의 책임의식과 준법정신, 정치문화 개혁 등이 다 필요하지만 공익과 사익이 선순환하도록 유도하는 국가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부패 사슬을 하나하나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부패 범죄를 가볍게 처벌하는 사법부, 정치비리 수사를 탄압이라고 역공하는 정치권을 국민이 강력히 비토해야 부패를 줄여낼 수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기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정치의 후진성이다. 정치가 사회갈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증폭하기에 여념이 없는 나라가 선진국일 수는 없다. 국회법도 있고, 정당별 당헌당규도 있지만 국회에서나 정당에서나 정치적 의사결정의 룰조차 통하지 않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이런 수준의 정치나 지켜봐야 하는 것은 국민이 그런 정치판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건 지방정치인이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자질을 꼼꼼히 따져 영남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고,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킨다면 정당들이 공천부터 더 엄격하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6월 2일의 지방선거는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정치의 선진화를 이룰 자격이 있는 국민인지 스스로 시험받는 장(場)이다.
李정부, 3개 과제 정면 태클해야
부패, 정치 후진성, 기초질서 혼란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것이 오늘 임기 3년차를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의 막중한 과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