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나가 리조트나와 쉼만 남다
섬 하나가 통째로 리조트인 도스 팔마스가 투숙객을 위해 무인도 체험 섬으로 이용 중인 푸팅보항인 섬. 팜트리 우거진 고운 모래섬의 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한 뒤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팔라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오전 8시 10분 마닐라공항. 최근 문을 연 터미널3은 시외버스터미널 분위기의 칙칙한 옛것과 완전히 달랐다. 거기서 세부퍼시픽항공의 푸에르토프린세사행 에어버스 항공기에 올랐다. 푸에르토프린세사는 길이 450km, 폭 50km의 팔라완 본섬의 술루 해에 면한 주도다.
한 시간 남짓한 비행. 그것은 필리핀이 준 하나의 선물이었다. 수많은 섬이 바다와 구름, 하늘과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게 얼마나 아름다우냐 하면 창가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승객이 탑승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해도 될 정도다.
○ 팜트리 우거진 도스 팔마스 리조트
도스 팔마스의 어느 오후 풍경. 적막하리만큼 조용한 비치에서의 휴식은 탈출과 도피 개념 휴가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오직 나만의 섬. 그런 리조트에 들면 왠지 더 편안해진다. 방해받지 않을 거라는 기대, 내가 섬 주인인 듯한 위대한 착각 때문일 터. 벌써 14년 전이다. 그런 기막힌 체험을 최초로 한 것이. 우연히도 그곳은 팔라완이었는데 엘니도의 미니록 리조트였다. 그 후 기회만 닿으면 나는 팔라완으로 날아가 또 다른 섬 하나 리조트를 찾아다녔다. 엘니도의 라겐 리조트와 클럽 파라다이스도 그렇게 찾아냈다. 아레세티 섬의 도스 팔마스는 내게 네 번째 도피 섬인 셈이다.
이 섬은 클럽 파라다이스에 비하면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접근공간은 제한됐다. 온 섬을 뒤덮은 팜 트리 정글 때문이다. ‘두 그루 팜트리’를 뜻하는 ‘도스 팔마스’라는 이름도 게서 왔다. 숲 한가운데는 랜드마크처럼 장신의 팜트리 두 그루가 치솟아 있었는데 아쉽게도 한 그루가 태풍에 부러져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리조트는 숲과 바다 사이 해변을 차지한다. 풀과 빌라(2층)는 해안의 맹그로브 숲을 낀 해변을 따라 늘어섰다. 해양스포츠센터 역시 해안에 있다. 메인 레스토랑은 반대로 숲 속에 자리 잡았다. 선착장에는 수상가옥 형태의 워터코티지(단층숙소) 10채가 물위에 자리 잡았다. 신혼여행객이라면 당연히 이곳에 묵으리라.
섬을 감싼 정적에 나른함이 더더욱 즐거운 도스 팔마스의 오후. 그 무료함을 달래줄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무인도에서 점심식사다. 그곳은 방카로 20분 거리의 푸팅보항인 섬. 썰물이면 황금빛 사주가 드러나며 천상의 파라다이스 풍치를 자아내는 아주 작은 무인도다. 식사는 이곳 숲 그늘 아래서 든다. 그런 후에는 방카를 타고 해저에 로프로 고정시켜 둔 바지선으로 옮긴다. 수 m 아래 산호 수중의 비경을 즐기는 스노클링을 위해서다.
섬은 늘 정적에 감싸여 있다. 그래서 휴식은 극대화된다. 해질녘 산책길에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 썰물로 드러난 광대한 개펄 해변의 환상적인 해넘이 광경 때문이었다. 수많은 물구덩이로 인해 호수처럼 변해버린 개펄이 노을 진 저녁하늘을 반사시키며 담아낸 아레세티 섬의 아름다운 선다운 풍경. 기계로도 측정되지 않을 만큼 깊숙이 박혀있던 스트레스의 뿌리까지 한순간 송두리째 뽑혀 사라지는 통렬한 쾌감이 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질 만큼 그 인상은 강렬했다.
○ 세계 7대 불가사의 등재에 도전 중인 동굴 강 투어
수면 위로 드러난 석회암 동굴 입구를 향해 관광객을 태운 투어보트가 나아가고 있다.
보트가 동굴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은 암흑천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자음 비슷한 소리가 연방 귀청을 때렸다. 안내인이 랜턴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주었다. 제비였다. 동굴은 바다제비의 안식처였다. 제비는 먹이활동을 동굴 밖에서 한다. 그래서 이렇듯 분주하게 동굴 안을 오가는데 암흑천지에서 충돌 없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소리 덕분이란다.
이 동굴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세인트폴 산(1028m)의 내부를 용식시킨 물의 작품이다. 산중턱에서 시작돼 8.2km나 이어진 동굴 하단이 바로 여기다. 나는 이런 지하 강을 또 하나 가보았다. 유카탄 반도(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인데 그 지하 강을 나는 스노클링으로 통과했다. 이 지하 강은 1999년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지금 한창 ‘새로운 7대 불가사의’ 후보에 올라있다. 필리핀 여행의 백미라 추천할 만한 특별한 여행이다.
◇항공로 세부퍼시픽항공을 이용하면 인천→마닐라(오전 8시 10분)→푸에르토 프린세사(오전 9시 30분)를 마닐라 스톱오버(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한 경유지 숙박)로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관광정보 ▽필리핀 △여행 적기: 건기에 드는 3∼6월. 바다도 잔잔하다 △화폐: 필리핀페소(PHP) 1페소는 약 300원. △홈페이지: www.7107.co.kr ▽팔라완 주 △위치: 마닐라 서남쪽 586km. 200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동남아 최고 섬. 북쪽은 남중국해, 남쪽은 술루 해. 주도 푸에르토프린세사는 마닐라로부터 항공기로 1시간 20분 소요. 팔라완의 벚꽃축제인 ‘발라용’은 3월 1∼4일 △도스 팔마스 리조트: 아레세피 섬 소재.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혼다 만에서 방카로 50분. 야외 풀과 자쿠지, 풀사이드와 가든레스토랑, 빌라와 워터코티지, 해양스포츠센터를 갖춘 섬 하나 리조트. 바다낚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카야킹 가능. 체험다이빙(1회) 무료 제공. 5세 이하 무료 투숙. www.dospalmas.com.ph △지하 강: 공식 명칭은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 강 국립공원’. 1∼5월이 여행 적기. www.puerto-undergroundriver.com ▽사방 비치=지하강 투어 출발지.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81km, 자동차로 1시간 30분 소요. 팜트리 우거진 반달형의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압권. 달루욘 비치앤드마운틴 리조트(www.daluyonresort.com)
팔라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필리핀을 6만7000원에? 저가항공사 파격 할인 ▼
1월 본보에는 6만7000원(이하 항공료는 편도 기준)으로 4∼6월 석 달 중 필리핀을 다녀오는 시트세일 광고가 게재됐다. 이 요금은 15등급 체계 중 최고가(70만 원)의 9.6%에 불과한 수준. 저가 항공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일상적으로 판매하는 요금은 매일 변한다. 3월 초 인천∼마닐라 요금(2월 17일 현재)을 보면 가장 싼 게 2일 인천 출발(12만 원)과 8일 마닐라 출발(23만 원)편. 1월 6∼8일 시트세일의 2∼4월 항공권(16만 원)은 50% 할인가(8만 원)였는데 세금(1만8888원)을 포함한 순 탑승료가 단돈 10만8888원이었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려면 기본상식을 갖춰야 한다. 항공권 가격이 탑승객의 선택 가능한 모든 것을 뺀 상태로 산정된다는 사실, 예약 즉시 구매, 선착순 판매가 그것. 부치는 짐(check-in luggage), 생수, 음식 등 통상의 서비스는 모두 유료다. 기내반입 짐(carry-on luggage)도 7kg 이내 한 개만 허용. 하지만 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도 저렴하다는 게 저가 항공사의 매력이다.
기내에서는 국산 컵라면도 판다. 작은 게 100페소(약 3000원), 큰 게 200페소(약 6000원)다. 산미겔(필리핀 맥주)도 100페소, 생수는 50페소에 판매.
◇세부퍼시픽항공 ▽한국 노선=인천∼마닐라, 인천∼세부 매일, 부산∼세부 주 2회(목, 일) ▽홈페이지=www.cebupacificair.com 2월 말 개편 예정 ▽항공권 구매=홈페이지 혹은 한국사무소(02-3708-8585∼90, 051-462-0686) ▽운항지=필리핀 국내 32개 도시와 아시아 14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