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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한 무용가 14명의 춤사위

입력 | 2010-02-26 03:00:00


 안무가 정영두 씨의 신작 ‘제7의 인간’ 연습 장면. 이주노동자의 삶을 소재로 철새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동작 등이 등장한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네가 이 세상에 나서려거든/일곱 번 태어나는 것이 나으리라/한 번은, 불타는 집 안에서/한 번은, 얼어붙은 홍수 속에서… 여섯 아기들이 울어도 충분치 않아/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아틸라 요제프, ‘제7의 인간’ 중)

배우 출신 안무가 정영두 씨의 창작무용 ‘제7의 인간’이 3월 10, 11일 LG아트센터 1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영국 작가인 존 버거와 사진작가 장 모르가 유럽 이민노동자의 체험을 다큐멘터리 기록 형식으로 담아낸 책 ‘제7의 인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아틸라 요제프가 지은 동명의 시가 이 책의 서문으로 실려 있다.

이주 노동자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서 그치지는 않는다. 고향, 가족, 직장, 나라들로부터 떠나고 머물기를 강요받아 온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다. ‘제7의 인간’이란 모든 권력들로부터 소외받아 오고 의무만 강요받아 온 사람을 지칭하는 말. 정 씨는 2003년 발표한 ‘내려오지 않기’로 2004년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 참가해 대상과 특별상을 수상하고 현재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안무가다.

2009년 9월 오디션에서 60여 명의 지원자 중 14명의 무용수를 선발했다. 공영선, 곽고은, 권영호 씨 등이 출연한다. 12월 연습을 시작한 뒤 직접 이주노동자센터를 방문하거나 철새도래지인 주남 저수지로 답사를 떠나고 책을 읽고 토론도 펼쳤다. 음악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8번 3악장, 말러의 교향곡 1번 3악장,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고레츠키의 음악 등을 사용한다. 힘 있고 강렬한 음악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로 정신적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표현한다.

정 씨는 “떠나고 머무는 행위의 근원을 자연에서 찾던 중 철새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언어적이거나 연극적인 동작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만 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