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에 매각 무산따라
정부 지원으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인 허머(Hummer) 브랜드를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 중국 텅중(騰中)중공업이 허머를 사들이려던 계획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1990년 이라크 전쟁에서 인기를 모은 군용 ‘험비’를 토대로 개발돼 1992년부터 일반에게 판매되기 시작한 허머는 고유가 시대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GM은 24일(현지 시간) 허머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허머 브랜드를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산 이후 GM은 미국 내 브랜드를 8개에서 4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으며 이 일환으로 허머를 중국 텅중중공업 측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GM은 텅중중공업과 1억6000만 달러에 허머 브랜드를 매각하는 데 합의했으나 텅중중공업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데 실패하면서 이날 허머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GM의 존 스미스 부사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허머 매각과 관련해 많은 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나 텅중중공업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는 점에 실망했다”며 “이제 우리는 사업을 접기 위해 허머의 종업원 및 딜러, 부품 공급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닉 리처드 허머 대변인은 “브랜드 철수 작업을 시작했으며, 폐쇄에는 앞으로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대변인은 허머의 매각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허머 브랜드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던 허머는 고유가와 낮은 연비로 SUV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2006년 7만1000대가 팔린 허머는 지난해에는 전년동기대비 67%나 판매가 줄면서 9046대 팔리는 데 그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