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李대통령 “헌법 손대야”
이재오 “연내 해야 않겠나”
정몽준 “논의 노력하겠다”
친박도 “거론 자연스러워”
“가슴에 맺히는 말 적게해야”
세종시 갈등 黨에 화합 주문
MB “3년이나 까맣게 남아”
“트위터 이렇게 하는 겁니다”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오찬에 앞서 환담하던 중 강승규 의원(왼쪽)이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촬영한 장면을 트위터에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개헌 논의 물꼬 트나
하지만 여권 주류에선 올해 개헌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금년 말까지는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도와 공천제도 개선, 개헌 논의 등 많은 정치적 과제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개헌 논의에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15분간 독대한 자리에서도 개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은 그동안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거론돼 왔다. 이 때문에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개헌은 올해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범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작년 9월 교도통신·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너무 광폭적으로 헌법에 손을 댄다면 (개헌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을 분산하는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개헌과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편과 재·보궐선거 횟수 단축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차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은 지난 대선 때 각 당의 후보들이 공약한 사안으로 논의 자체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본다”고 짧게 논평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한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놓은 세종시 논란을 개헌으로 덮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개헌 논의를 점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작년부터 제기한 ‘근원적 처방’의 연장선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친이·친박 간 화해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심하게 토론하고 싸우더라도 ‘그래도 사람은 괜찮다’며 허허 웃을 수 있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가슴에 맺히는 말은 적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통화스와프 등 국제 공조를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만나보지도 않았고 관계가 없던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공조했는데, 우리 한나라당이 공조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이 정말 나라를 위해서 공생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가슴에 맺히는 말은 적게 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의 앞에는 ‘친이계가 박 전 대표에게’라는 두 단어가 생략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 오찬 참석자가 “취임 2주년을 맞았다”고 말하자 웃으면서 “아직 3년이나 까맣게 남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역동성도 촉구했다. 이날 오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가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직사회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파격적인 변화에 나서줘야 한다”며 외교 분야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외교 분야도 각 부처와 민간을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 등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공직사회에 대한 강도 높은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외교 분야의 폐쇄적인 인력채용 시스템을 거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