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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최초의 서양식 병원, 뿌리 캐보니 ‘실학’

입력 | 2010-02-27 03:00:00


◇ 제중원 이야기/김상태 지음/291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조선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약용은 홍역 치료법을 다룬 ‘마과회통’을 저술했고, 박제가는 천연두 예방을 위한 인두법을 연구했다. 제중원이 단지 서양인 선교사의 힘만으로 어느 순간 설립된 것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1885년 4월 ‘광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뒤 2주 만에 ‘제중원’으로 이름이 바뀐 이 병원은 한 양반의 집에 첫 터를 잡았다. 갑신정변에 참여했다 살해당한 홍영식의 집이었다. 이처럼 제중원을 둘러싼 인물과 풍경, 이 병원이 한국 근대사에서 갖는 의미를 책은 다양한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제중원을 ‘고종과 조선 정부가 구상했던 근대화 프로젝트의 하나’이자 ‘조선이 찾고자 했던 길을 여는 핵심적 열쇠’로 파악한다. 한 예로 제중원 업무를 담당했던 주사들의 진로를 들 수 있다. 국립 영어 교육기관인 동문학 출신이 많았고, 이후 상당수가 기기국, 육영공원, 개항장 등 서양 근대 문물과 관련된 기관으로 파견되거나 외교관이 됐다. 제중원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근대화를 이뤄낼 인재를 키우는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