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쌍둥이 아빠의 병실을 찾아 쌍둥이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이날 태진이는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도 씻어냈다. 그림 제공 파랑새
하루가 넘는 난산 끝에 엄마 배 속에서 7개월 만에 나온 환석이와 우석이.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숨을 제대로 못 쉬어 산소 부족으로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매사에 긍정적인 엄마는 두 아이를 씩씩하게 키우고 싶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휠체어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쌍둥이를 위해 엄마는 매일 휠체어 두 대를 밀며 등하교시켰다.
걱정과 달리 환석이와 우석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다. 쌍둥이는 학교 축제 때 반 별로 펼치는 ‘독서왕’과 ‘수학왕’ 대회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다. 쌍둥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을 보이면 어떤 엄마들보다도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엄마 덕분이었다.
잠시 후 학교에는 불이 났다. 쌍둥이와 반 아이들은 무사히 탈출했지만 태진이가 옥상에 있었다. 소방관인 쌍둥이의 아빠가 목숨을 걸고 태진이를 구출했다. 쌍둥이 아빠는 화단 위로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을 찾아온 태진이는 “환석아 우석아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라며 화해를 청했다. 환석이와 우석이도 멈칫하며 태진이의 손을 잡았다. 쌍둥이와 태진이는 그날부터 친구가 됐다.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은 1급 지체장애인이다. 대학입시에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의대에 낙방한 그는 국문과에 진학해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가 누구보다도 장애인의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150여 권의 책을 낸 작가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글쓰기와 어린이들의 e메일에 꼭 답장을 해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