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끝이 좋아야 한다. 잘 익은 열매가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우듯이, 행복하게 산 사람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평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상례(喪禮)에 주목한 이유다. 선조들의 상례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이고 다양한 인식이 반영됐다. 삶과 분리되지 않은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 봄으로써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했다.
구한말 선교사 헐버트 박사의 분석을 빌려 저자는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축적돼 한국인의 사상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불교와 도교의 정신세계에서는 영혼이 윤회한다. 이 때문에 죽음의 순간이 중요하다. 오늘날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좋았던 일,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라’고 권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에 마음속에 기리는 것이 죽은 자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종교관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