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말은, 나이가 들어서 절대 늙은 스펜서 선생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무릎은 굽힐 때마다 환장하게 아프고 내 등의 통증은 좀처럼 사라질 줄을 모른다. 또한 내가 심호흡을 하려고 할 때면 가슴에서 뭔가 숨구멍을 탁 막는다.”
세상에 대한 반항과 조롱으로 가득 찬 냉소적인 독백. 비속어가 드문드문 섞인 이런 어조가 낯익게 들리거나 펜시 고등학교의 나이 많은 역사 교사인 ‘스펜서 선생’이 누구인지 눈치 챈 독자들이라면 올해 타계한 J D 샐린저의 불후의 걸작 ‘호밀밭의 파수꾼’을 금세 떠올릴 것이다.
세계적 명성 속에서도 지독한 은둔생활을 해온 원작자 샐린저는 허락 없이 자신의 작품을 모티브로 속편을 쓴 것에 분노해 판매금지를 요구하며 법정소송을 벌였다. 미국에서 이 작품은 ‘표절’ 판정과 함께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