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선 말렸지만… 정몽구 회장 뚝심으로 완성
판매부진-경제위기에도 투자 지속
年産 30만대 공장 3년여만에 완공
준공식서 “위대한 업적” 기립박수
美시장 판매-서비스 시너지 효과
주지사와 함께 ‘쏘렌토R’에 기념서명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된 ‘쏘렌토R’ 차량에 기념서명을 하고 있다. 왼쪽은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자동차업계에선 미국에 현지공장을 만드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미국은 가장 매력적인 자동차시장이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경쟁력, 서비스 네트워크, 성장 전망 등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엄청난 손실을 보고 퇴출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산시설 확보는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실제로 1980, 90년대 프랑스 르노와 푸조, 이탈리아 피아트, 영국 로버는 품질과 서비스 네트워크 등의 문제로 철수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퍼듀 주지사가 “‘위대한 업적(great job)’을 이룬 그를 박수로 환영하자”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다시 일어나 정 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공장 건설을 추진한 정 회장에 대한 고마움과 기아차 성장에 대한 놀라움을 표시하는 박수 세례였다.
정 회장은 기아차가 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과 판매 부진 등으로 고전하던 2006년 10월 조지아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그해 기아차는 영업손실이 1253억 원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정 회장은 공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정 회장의 판단이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에도 그는 조지아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공장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된 덕분에 기아차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미국 현지생산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유럽, 중국 이어 미국에서도 전 부문 현지화
10억 달러(약 1조1150억 원)를 투자해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지아공장이 준공됨으로써 기아차는 중국공장(연산 43만 대)과 슬로바키아공장(연산 30만 대)까지 총 103만 대의 해외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 세계 3대 시장인 유럽, 중국, 미국에 연구개발, 생산, 판매 및 서비스 등 전 부문을 현지화해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조지아공장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134km 떨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이 엔진을 생산하고, 조지아공장에서는 변속기를 생산해 서로 교차 공급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의 부품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웨스트포인트=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