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 신조어들
한국이 겨울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밴쿠버 대회에서는 수많은 신조어가 쏟아졌다. 한국을 명실상부한 겨울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선수들의 경기력과 외모, 끼를 소재로 삼은 톡톡 튀는 신조어들을 살펴본다.
모태범(21)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우승하며 깜짝 금메달을 따내자 누리꾼들은 발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빠르다는 의미로 그에게 ‘모터범’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후 모태범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모터범 고고씽 힘내’라는 글을 올리는 등 누리꾼들이 지어준 별명에 흡족해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연아 타임’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김연아의 경기가 TV로 중계되는 동안 주식거래가 급감하는 바람에 생긴 말이다. 김연아의 경기 직전까지 분당 80만 주 이상 거래되던 것이 김연아가 등장하자 거래량이 30만∼40만 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깝윤기’는 뭘까.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곽윤기(21)에게 붙은 별명이다. 운동선수라고 보기 힘들 만큼 잔뜩 멋을 부린 헤어스타일을 한 곽윤기가 시상식 때 일명 ‘시건방춤’을 추는 것을 본 누리꾼들이 ‘방정맞게 깝죽거리는 곽윤기’라는 의미로 지어낸 말이다.
미니홈피를 통해 선명한 복근이 공개된 쇼트트랙 대표팀 성시백(23)에게는 ‘섹시 백’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빙판의 신세경’도 탄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21)의 생김새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세경(20)과 닮았다는 데서 나온 말.
‘왕멍팀킬’이라는 다소 섬뜩한 신조어도 나왔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의 왕멍(25)이 세리머니 과정에서 자신의 스케이트날로 동료 선수의 얼굴을 다치게 한 것을 빗댄 말이다. ‘팀킬’은 온라인 게임 등에서 같은 편을 죽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타잔도 등장했다. SBS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을 맡았던 제갈성렬 해설위원(40)은 ‘샤우팅 해설(큰소리로 탄성을 자주 지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을 자주 하다 ‘타잔 성렬’로 불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