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그림자, 송재형 물리치료사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근육 피겨에 딱”
지난해 11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5차 대회.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 프리스케이팅 때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을 합쳐 처음으로 빙판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김연아의 지상훈련과 치료를 맡고 있는 송재형 물리치료사(43·사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얼굴을 보니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김연아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인 28일 선수촌 앞에서 그를 만났다.
○ 2년간 자는 시간 빼고는 그림자처럼 동행
그가 김연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연아는 2008년 고관절 부상으로 진통제를 맞으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을 찾아 부상 치료를 부탁했다. 그때부터 그는 김연아의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연아의 상태에 대해 그는 “허리 등 천장관절과 골반 부위에 문제가 있었다. 척추측만증도 있었다. 치료 위주로 가면서 천천히 몸의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근육 상태도 문제였다. 그는 “김연아의 근육은 강하면서 단단했다. 피겨라는 종목 특성상 근육을 강하면서 부드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몸은 피겨를 위해 타고났다. 그는 김연아의 신체에 대해 “장점이 참 많다”고 한마디로 말했다. 그는 “스트레칭이나 지상 훈련을 하나만 가르쳐도 바로 이해한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금세 좋아진다.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말했다. 잔병치레도 거의 없는 체질이다.
선천적인 것만으로는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한다. 끊임없는 훈련과 인내심도 있었다. 그는 “일요일 휴일을 빼고 하루에 두 번 빙판 훈련을 제외하면 6시간 이상 스트레칭과 치료를 받는다. 2년간 김연아는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견뎌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