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석동율 기자 seokdy@donga.com
"작가님은요?"
"저는 용띠요."
"전형적인 B형이죠. B형의 표본인 것 같아요."
B형 남자는 '나쁜 남자의 표본' '툭하면 욱한다' '승부욕이 지나치다'고 알려졌다.
"B형에 대한 편견이 많은데…."
"샘내는 거죠. B형만큼 쿨하고 창의적인 사람 또 있나요. B형으로 살면 스트레스도 안 받는 것 같아요."
● '스페어' 아들, 타고난 운은 덤
딸만 내리 다섯을 낳은 뒤 여섯째를 임신한 마인드C의 어머니. 또 딸을 낳을까 무서워 혼자 아기를 낳고 다리 사이부터 더듬었다. 고추가 만져졌다. 마인드C의 형이었다. 너무 좋아서 3일간 잠도 오지 않았다. 금이야 옥이야 첫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동네 이장집 아들이 지게에 깔려 죽었단다. 아들 하나로는 불안했다. 그 덕에 '스페어' 아들 마인드C가 태어났다.
"지금도 '우리 막둥이 안 낳으려다 낳았는데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어'라는 묘한 칭찬을 하세요."
'스페어' 아들. 타고난 운은 덤이었다. 마인드C에 따르면 그의 지능지수(IQ)는 141. 중학교를 전교 2등으로 들어갈 정도의 수재였다. 공부에 매진했으면 지금쯤 사회에서 '한가닥'하고 있었겠지만 그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 경시대회에 나갈 정도로 수학에 뛰어났지만 수능 수리영역에서는 3문제만 맞췄다. 그나마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오곤 했던 미술 실력이 있어 1995년 남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합격했다.
사진=석동율 기자 seokdy@donga.com
취업도 순조로웠다. 4학년 2학기 '학점은 별로였지만 실기는 잘해서' 교수님이 운영하는 캐릭터회사 2RND에 입사했다. 1년 뒤 '티셔츠는 미디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창당' 대회까지 연 온라인 주문생산 옷가게 '티셔츠 행동당'으로 이직. 그리고 또 1년 뒤 모 디자인연구소에 입사했다.
1년 단위의 이직에는 '툭하면 욱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B형 성격 탓이 컸다.
'티셔츠 행동당'은 스타벅스 로고에 커피를 쏟아 부은 '스타퍽스(Starfucks)'와 같이 거대 브랜드에 딴지걸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며 이슈메이커가 됐다. 언론에 소개되고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다.
"유명세를 타니까 사장님이 이상해졌어요. 1인 디자이너여서 디자인은 전부 제가 했는데 사장님이 자신이 디자인했다고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사장님과 따로 얘기하기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회사를 뒤집어엎고 그만뒀다.
이어 디자인 연구소에 들어갔지만 "겉으로는 개끗한 척 하면서 내부로는 썩어있는" 모습에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또 사표.
"당시 사장님 실장님 모두 저를 건드리지 못했어요. 이러는 나를 보면서 직장생활은 안되겠다 싶었죠."
결국 2003년 지인 3, 4명을 모아 약속은 꼭 지킨다는 의미의 디자인회사 '키퍼스'를 차렸다.
강민구 작가가 꼽은 '최고의 2차원 개그'. 강 작가는 포털사이트에서 '19금'을 검색하면 이 만화가 결과로 제시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이라지만 회사는 회사. "회사 생활이 지겹고 직원들 눈치 보는 것도 짜증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 전향을 결심했다.
꾸준하게 그린 습작이 인기를 얻고 있던 터였다. 그의 첫 습작은 '복학생'.
"복학 후 드로잉 과목을 수강했어요. 매일 그림일기를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죠. 복학생인 제 생활을 만화로 그렸고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어요. 학기가 끝나고 일기를 한 장 한 장 스캔해서 디시인사이드에도 올렸죠."
회사에 다니면서도 만화는 계속 그렸다. 2RND에서는 '군바리스토리'를 그려 디시인사이드에 올렸다. 이 작품을 모아 2003년 다음 만화공모대전에 출품해 입선하기도 했다.
'키퍼스'를 운영하면서 포털사이트 야후!에 개그만화 '마인드툰'을 연재하며 본격적인 양다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만화가로 나선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자 SK텔레콤에서 디자인팀장을 맡아달라는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그만큼 디자이너로도 인정받던 시기였다.
"연봉 7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자리였어요. 그래도 거절했죠. 제안을 받아들이면 또 만화가 뒷전이 될 것 같았어요. 디자인하면서 내 생각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만화로 내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만화가로 촉망받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계획은 없었어요. 뭔가 만화가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죠."
직감은 정확했다. 회사를 그만두자 스포츠지, 만화 잡지 등 여러 군데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왔다.
● 소재 고갈? 모아둔 아이디어만 700여건
마인드C의 대표작은 개그 반전 웹툰 '2차원 개그'다.
"2차원 개그처럼 '얄팍한' 개그는 1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호응을 얻을 수 있어요. 유행을 타지 않죠. 몇 년 후에는 유머책처럼 볼 수 있도록 요즘 유행어나 인기 드라마 패러디 등은 일부로 피해요."
트라우마, 츄리닝 등 인기 개그 반전 만화와의 차별을 위해 2컷을 고집한다.
"트라우마, 츄리닝 등을 보면서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졌어요. 컷이 많아지면 스크롤을 내리면서 반전을 예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원투펀치 나가듯 탁탁 2컷에 끝내는 웹툰을 구상했죠."
'2차원 개그'는 어느덧 300회를 앞두고 있다. 이쯤 되면 소개가 떨어져서 허덕이고 있을 법한데 그는 여유만만이다.
"오히려 소재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죠. TV를 보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두죠. 집에 있는 메모판, 휴대전화, 컴퓨터에 저장한 소재만 700여건 정도? 디자인을 하다보니 발상의 전환이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속내를 모르는 누리꾼들은 가끔 '작가님 소재 떨어졌나요', '이제 작품 접으시죠'라는 악플을 단다.
"물론 매 회 웃음의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소재가 떨어졌다는 것은 말도 안돼요. 오히려 그런 악플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는걸요. 제가 제 작품으로 종이접기를 하면 작품 접는 게 되잖아요."
소재 걱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는 최근 연재 횟수를 주3회에서 주4회로 늘렸다.
"주4회도 모자라요. 대한민국 최초로 주14회 연재해 보고 싶어요. 매일 오전 오후 새로운 만화를 올리는 거죠. 주14회 자체로 웃기지 않나요? 독자들도 욕하면서도 보는 것이 습관이 되는 거죠."
● 다음 생에 태어나면 "스포츠인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만화가의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밤샘 작업과 담배. 마인드C와는 거리가 멀다.
"만화가 대부분이 담배피고 운동을 멀리해요. 지금 당장 원고 몇 장 더 그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만화에 정년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건강관리에 소홀해요. 저는 밤샘작업도 안해요. 혹시 밤을 샌다면 다음날 못 잔 잠을 보충하죠. 하하하."
그는 일에 파묻혀 지내는 동료 만화가들이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고혈압 약 먹으면서까지 연재하고 싶지는 않아요. 돈 벌어서 나중에 일류 병원에 누워있으면 뭐해요. 지금 돈을 좀 덜 벌더라도 건강하게 늙어서 덤블링하면서 사는 게 훨씬 멋지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그는 운동마니아다. 헬스는 물론이고 복싱을 하다 최근에는 유도를 시작했으며 운동하려고 라식수술까지 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팔씨름은 100전 100승. 2초 안에 가볍게 끝낸다고 한다.
"다니던 헬스장이 문을 닫아서 한 달 정도 운동을 못 한 적이 있어요. 그동안 어찌나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던지…. 만화는 한 달 그리지 않아도 살 만 할 것 같은데 운동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스포츠인으로 살아보고 싶을 정도에요."
그렇다면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즐겁게 만화를 그리는 괴물 할아버지? 친구가 담배 피면서 길을 가는데 낯선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멱살을 잡고 욕을 하더래요.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그 친구에게 '여보게 참게. 자네가 안되네' 그러셨다네요. 저도 그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딸이 사위 데리고 오면 팔씨름해서 이겨야 교제 허락하고… 하하하."
● 에필로그
그는 인터뷰 도중 뜬금없이 웹툰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를 언급했다.
"조석 작가님 키가 정말 180cm 넘어요?"
"네. 키도 크고 몸매도 호리호리하세요."
"그럼 저는 키 2m 시력 5.0, 100m는 8.7초에 뛴다고 써주시면 안되나요?"
"…"
"농담이에요."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