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글로벌 긴축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해 주가흐름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의 긴축은 경기의 정상적 순환 사이클을 반영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을 선택한 것은 초기 긴축이 대출 과열 차단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3월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선 긴축의 강도와 속도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경기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은 성장 속도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표류하고 있다. 독일과 그리스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선(先)자구노력-후(後)자금지원’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리스가 더 궁지로 몰려야만 실마리를 찾을 것 같다. 중요한 점은 유럽연합(EU) 자체 대응을 통해 사태 해결이 가능하며 확산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2분기에 대규모 국채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3월에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은 일종의 요식행위다. 재할인 창구를 통한 자금조달이 미미한 까닭에 재할인율 인상을 출구전략의 시작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양적 완화정책이 철회되고 모기지 채권 매입이 일단락되는 3월 말이 출구전략의 시작이다. 고용시장과 주택시장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유동성 흡수에 초점을 맞춘 올해 출구전략은 ‘신중 모드’다.
한편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달러를 강세로 이끌었다. 제반 여건을 살펴볼 때 달러 강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다. 첫째, 기초여건(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자국 통화의 일방적 독주가 불가능하다. 둘째,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셋째, 3월을 고비로 그리스 사태가 진정되면 유로의 투기적 매도포지션이 청산될 것이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거나 현 수준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개선될 것이다.
단기적으론 조정 국면의 연장선에서 주가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사태가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굴곡과 기복을 동반할 수 있다. 중국은 양회 이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미국은 3월 말에 양적완화 정책을 철회한다. 시장금리와 모기지금리가 일시적으로 요동칠 수 있다. 1월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될 때 고점 통과 논쟁이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경기 흐름을 판단해 볼 수 있는 핵심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2월 소비자물가 동향, 1월 산업활동 동향, 2월 수출입 동향 등이다. 특히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3월 고용 동향도 궁금하다. ‘내수부양과 과열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앞에 둔 중국 정책당국의 고민도 살펴봐야 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