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패 요인
옛 명성 안주-서비스 부족
트렌드 변화에도 둔감
상품 구색 못갖춰 고객 이탈
한국의 성공 요인
고객 성향 분석 타깃마케팅
홈쇼핑-온라인몰 함께 강화
열정-젊음-속도 ‘연아式 경영
진화하는 ‘한국 백화점’ “한국 백화점을 배우자.” 일본 백화점이 한국 백화점을 다시 보고 있다. 위부터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데 기여한 롯데백화점의 무인판촉 시스템, 가족 오락공간으로 인기몰이 중인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 옥상의 하늘공원,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의 아이스링크. 사진 제공 각 백화점
그 답은 ‘아니요’가 될 것 같다. 지난해 한국 백화점 업계는 사상 최대의 매출(21조5484억 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5% 성장했다. 세계 유통업계가 한국 백화점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가던 아사다 마오 선수를 부단한 노력과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훌쩍 넘어선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백화점 순위에서 아직까진 앞서 있는 일본 백화점(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6위)과 맹렬하게 추격 중인 한국 백화점(롯데백화점·10위)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겨울스포츠의 선전(善戰) 5대 요인을 ‘스피드(S.P.E.E.D)’로 요약했다. 장기적 시각의 투자(Sponsorship), 열정(Passion), 경쟁과 모방(Emulation), 인프라 확대(Environment), 방향 제시(Direction)가 제대로 융합해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
한국 백화점의 성장 요인도 이와 비슷하다. 일찍이 일본 유명 백화점들의 앞선 기술과 영업 전략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백화점’의 틀을 구축했다. 일본 백화점들이 디플레이션과 초고령사회라는 악재 속에서 투자 여력을 갖지 못할 때, 한국 백화점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고객관리시스템(CRM)에 재투자했다. 세계적 수준인 한국 백화점의 CRM은 고객의 구매성향을 분석해 과학적 타깃 마케팅을 이끌고 있다.
일본 백화점이 저출산 고령화에 맞는 시장 개척에 미흡해 상품 구색이 구태의연하다면, 한국 백화점은 고객과 시대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겠다는 방향성과 열정을 갖췄다. 현대백화점은 ‘스테이 영(Stay young)’을 테마로 각 소비자 연령대를 고려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관계자들이 감탄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높다.
‘한국 백화점을 배우자’는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3일로 개장 1년이 된 신세계 센텀시티점 특집 프로그램을 이달 중순 방영한다. 이철우 사장은 9일 일본소매협회 주최의 유통교류포럼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초대받아 연사로 나서는 등 한국 백화점이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럼 한국 백화점의 미래는 밝기만 할까. 전문가들은 온라인몰과 모바일쇼핑 등 신유통의 거센 공략을 향후 위기변수로 지목한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겨울스포츠의 쾌거가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으로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는 투자,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이종(異種) 산업 간 퓨전식 사고를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