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리사이틀기교 ★★★★★ 해석 ★★★★
지난달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리사이틀은 정교한 터치, 날렵함, 힘 등 기교파 피아니스트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골고루 과시하며 피아니즘의 아르카디아(이상향)를 엿보게 한 무대였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는 기교파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을 균형 있게 갖춰 피아노 명인기의 호화로운 향연을 만끽하게 했다.
초반부에 연주한 소나타 7번 등 스크랴빈의 곡에서는 ‘정교한 터치’와 힘이 돋보였다. 반(半)페달의 절묘한 사용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드뷔시를 잇는 감각주의 계보의 대가로서 스크랴빈이 악보에 담아낸 화려한 색채감을 생생히 살려냈다. 이어지는 슈만 ‘유모레스크’는 ‘날렵함’에 방점을 찍었다. 과장을 배제한 적절한 루바토(음표 길이의 의도적인 변화)가 슈만의 들뜬 듯한 흥취를 적확하게 표현했다.
사족. ‘최근 콘서트 리뷰 별점에 인플레이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독자가 제기할지 모르겠다. 청중의 반응이 연주 품질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볼로도스가 슈만 ‘숲의 정경’ 등 무려 일곱 곡의 앙코르로 화답한 사실을 귀띔하고 싶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