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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정훈]공항을 뚫는 위조여권

입력 | 2010-03-02 03:00:00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 위조여권으로 출국 또는 입국했다가 적발된 사람은 1년 평균 2154명에 이른다. ‘무사통과’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구속된 한 파키스탄인은 자기 얼굴 사진을 붙인 형 이름 여권으로 무려 17차례나 한국에 드나들었다. 경찰은 국내에 탈레반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는 첩보가 있어 그를 검거했다가 형 이름의 여권을 사용했음을 알아냈다. 여권사진 대조만으로는 완벽하게 가짜를 잡아내기 어렵다.

▷탈북자들도 위조여권을 사용해 국내에 들어온다. 여권 자체가 없는 탈북자들이 중국을 빠져나와 한국으로 오려면 중국 여권이 필수다. 중국에는 자기 여권을 파는 사람도 있다. 여권 브로커들은 중국인 여권에 탈북자 사진을 붙여 중국인인 것처럼 꾸며 한국으로 보내고 이들의 자녀를 인질로 붙잡아 둔다. 한국행 비행기를 탄 탈북자는 우리 공항에서 탈북자임을 당국에 신고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로부터 정착금을 받는다. 탈북자는 이 돈의 일부를 브로커에게 보낸다. 브로커는 같은 방법으로 탈북자 자녀를 한국으로 보내주는 장사를 한다.

▷강경 팔레스타인 조직인 ‘하마스’는 2008년 12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탄 공격을 퍼부었다. 올해 1월 하마스의 한 간부가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의심을 받았다. 호텔 폐쇄회로(CC)TV 등에 잡힌 암살 용의자들은 유럽인 명의의 가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 공항에선 외국인 입국자의 지문과 사진을 찍지 않는다. 두바이는 “이스라엘 총리와 모사드 국장을 살인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며 분노하지만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한국은 올해 7월 아프가니스탄에 지방재건단과 이들을 보호할 군대를 재파병한다. 11월에는 절반이 아프간 파병국가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한국을 노린 테러 세력이 몰래 입국할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미국 일본과 같이 공항이나 항구에서 외국인들의 지문과 사진을 찍어 관리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여행객의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테러 방지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권보호 조치다. 9·11 이후 공항에서의 검색과 신원 확인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