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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동원]新 경제삼국지와 국내용 전투

입력 | 2010-03-03 03:00:00


“겨울올림픽 5강은 스포츠 경기일 뿐, 국력과 경제력이 그만큼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넛크래커 얘기는 한참 전 얘깁니다. 이제는 삼각구도의 함정(트랩 오브 트라이앵글)을 경계하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터질 겁니다.”

세계은행에 오래 근무해 국제경제 동향에 밝은 한 경제전문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 경제학자 등과 대화를 나눈 건 금메달 열기가 한창일 때였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우등생으로 평가를 받는 터라 이들의 메시지는 다소 뜻밖이었다.

양쪽으로 눌러 호두를 까는 넛크래커처럼 한국이 중국 일본의 틈새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10년 전이라면, 지금은 미국 중국 일본의 삼각구도에서 한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역설적으로 말해 최근 3국의 외교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덜 민감한 경제분야에서 이들 국가의 ‘트라이앵글 연대’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3각구도는 한쪽의 독주를 원하지 않고 힘의 균형을 원하는 속성이 있어 한국을 ‘공동의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한반도 주변의 신 경제삼국지(三國志)를 살펴보면 어느 때보다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두세 달 동안 가지고 있던 미국 국채(國債)를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이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 팔아치우면 치울수록 미 국채가격은 떨어져 미국에 엄청난 손실을 불러온다. 더욱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은 새로 국채를 발행해 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공세는 미국의 약점을 간파한 처방전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국채가격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중국에도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중국이 이를 알고도 행동에 옮긴 것은 백악관을 직접 겨냥한 신 적벽대전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더욱이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미중의 환율 전쟁은 최근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백악관은 앞으로 5년간 수출을 두 배 늘리려는 전략차원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에 잇단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딱지’를 붙이면 환율전쟁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눈이 4월을 주시하는 이유다.

여기에 도요타 리콜 사태는 미국 의회가 도요타 사장까지 불러 청문회를 여는 등 정치외교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일본은 도요타 사태와 일본항공(JAL) 파산 등 최근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고 민관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이 이처럼 경제전쟁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어땠을까. 혹시 세종시를 둘러싼 당파논쟁에 지나치게 빠져 있지는 않았나. 자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시 관련이 아니면 결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라는 고위관료의 말은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세계는 10년 후 무얼 먹고 살까를 궁리하면서 경제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주요국의 2020 프로젝트는 너무 많아 소개하기 힘들 정도다. 올림픽 강국인 우리가 정작 국제경쟁에서 소외되지 않았나 돌아보면 머리털이 쭈뼛 선다.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건 미래 아닌가.

김동원 국제부 차장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