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정구하 상무가 새로 나온 참이슬 ‘프레쉬’를 들고 제품 리모델링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진로 정구하 상무
카툰·삼행시로 올드한 이미지 탈피
여과기능 강화해 더 깨끗한 맛 찾아
서울 서초동 진로 사옥의 집무실에 들어서니 정구하(50) 상무가 환한 얼굴로 맞았다. 그의 앞에는 소주병 7∼8개 정도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유심히 보니 기존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병 모습이 달라졌다. 대나무와 이파리 그림은 여전하지만 인물 캐릭터가 새롭다. 병뚜껑에도 빨간색과 파란색을 넣었다.
“86년 전통의 진로 소주지만 어떻게 보면 변화에 덜 수용적이고, 올드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번 리모델링은 젊은 미래의 고객을 위한 준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카툰과 삼행시라는 아이디어가 소주에 녹아들어갔다. 아버지와 아들, 직장동료, 선후배, 남녀 이야기 등 일상의 따뜻한 소재를 담았다. 새로운 참이슬 병에는 모두 12종의 카툰과 ‘참·이·슬’ 삼행시가 아로새겨져 있다.
겉뿐만 아니라 속도 달라졌다. “참이슬은 대나무숯으로 4번 정제해 깨끗한 맛을 내는 것이 강점이죠. 새 참이슬은 업그레이드된 대나무숯으로 거릅니다. 기존 숯보다 무려 7배나 여과 기능이 강화됐죠. 전체적으로 진로다우면서도 더욱 맛이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두 개를 붙여 놓으면 꼭 태극처럼 보인다. 실제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신제품을 놓고 ‘태극 참이슬’이라 부른다고 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팔리냐”고 물었더니 “날씨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둘 다 똑같이 나간다”고 했다. 한 쪽이 덜 팔리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다른 한 쪽이 더 팔려 균형을 맞춘다.
타사의 소주제품과 비교해 ‘참이슬만의 맛’이 있다면? “흔히 바디감이라고도 하죠. 맛이란 것이 첫맛과 뒷맛이 있고, 목 넘길 때의 맛, 혀 안에 들어와서의 맛 등 다양하지 않습니까. 참이슬의 장점이라면 이 여러 맛들이 잘 조화되어 있다는 점일 겁니다.”
요즘들어 잠잠해지긴 했지만 진로는 한때 ‘일본자본 유입설’에 휘말려 애를 먹었다. 금융위기 때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일본 아사히맥주가 진로 인수에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루머가 퍼졌다.
현재 진로의 주요 주주는 하이트홀딩스,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이다.
정 상무는 86년 성상을 지내온 진로가 미래 100년도 시장의 리딩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새로움에 대한 적절한 조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는 그 원년이 될 것이다.
“언제 소주나 한 잔 하자”며 배웅하는 그의 등 너머로 ‘UP하라’는 진로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