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셀 잘해도 연아보다 점수 뒤져…세계피겨 추세 “점프보단 프로그램 조화”
“다음 시즌에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도전하겠다.”
김연아(20·고려대)에게 올림픽챔피언 자리를 내준 아사다 마오(20·일본)는 회한의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사다가 김연아가 세운 세계 최고기록을 뛰어넘기 위해 남자 선수들도 힘들다는 4회전 점프를 시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아사다의 점프기술에 대한 집착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피겨 전문가들도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날 경기가 좌지우지된다. 오히려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사다의 기술지향적 성향은 세계 피겨계 흐름에도 반한다. 예전에는 고난이도 점프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 난이도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냐에 승패가 갈리고 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을 불안하게 성공시킨 예브게니 플루센코(러시아)보다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뛴 에반 라이사첵(미국)이 더 높은 기술점수를 받아 역전승한 것이 대표적인 예.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점프에만 치우치지 않고 스케이팅 기술, 예술성, 표현력 등 프로그램 전체적인 밸런스에 비중을 두며 집중 훈련했다”고 김연아의 금메달 비결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도 아사다는 고난이도 점프에만 목을 매고 있다. 그녀는 이미 세계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터 중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소화하는 선수다.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 시도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점프로는 남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무기를 가진 셈이다. 아사다는 김연아에게 진 진짜 이유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