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목적은 두려움을 정복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말한 부르주아에게 삶과 예술은 분리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불륜에 대한 적개심,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 이런 아픔을 바탕으로 그는 모성, 몸과 내면의 영역, 남녀의 양면성 등 개인적 주제를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추상에 가까운 조각부터 손바느질한 천으로 만든 조각, 드로잉과 설치 작업 등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실험과 도전을 거듭한 작가. 그가 어미와 아기 거미를 거대한 청동 조각으로 표현한 ‘마망’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하다.
드로잉에선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주제는 꽃과 모성. 태아가 보이는 둥근 배를 가진 엄마, 아기를 팔에 안고 있는 엄마(사진)가 정겹고 꽃은 화려하고 요염하다. 전시장 2층의 드로잉에는 작가의 가족 수와 일치하는 다섯 꽃송이가 보인다.
“꽃은 나에게 있어 보내지 못하는 편지와도 같다. 이는 아버지의 부정을 용서해 주고 어머니가 날 버린 것을 용서해 준다.”
페미니즘 작가로 한때 도발적이고 파격적 작업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제 상처와 치유를 응시하고 있다. 02-733-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