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 증시의 방황에는 이런 외부 변수 못지않게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원인들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이제 국내 주식이 그리 저평가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부분 지난 20년 평균 PER인 12∼14배 수준까지 올라왔다. 일부에선 아직 주가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예상을 내놓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계 경제가 예상대로 잘 풀려 나갈 때의 얘기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는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증시의 시가총액과 국내총생산(GDP)의 비율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9년 말 기준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대략 970조 원으로 지난해 GDP 1050조 원의 92%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비율은 미국 94%, 영국 132%, 프랑스 68%, 독일 40%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70%, 중국 64%, 인도 100%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주식 투자를 별로 하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은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다.
이런 관점에서 외환위기 때 최저 14.5%에서 2007년 최고점인 103%까지 기복을 보였던 지난 20년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은 평균적으로 48%였고 최근 10년에도 63% 수준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올해는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국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접근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경제회복의 강도와 기업의 수익성을 확인한 다음 투자를 결정하는 ‘후행 투자’가 현명한 선택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