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시절 한마디 한마디가 금쪽 조언”

고원부, 장종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고원부와 장종훈은 1985년 빙그레 입단 동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입단동기일 뿐 당시 상황은 하늘과 땅차이보다 컸다.
스물 셋이었던 고원부는 일본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의 최고 유망주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로 1군 승격이 좌절되자 눈물을 머금고 한국에 건너온 재일교포. 반면 세광고를 갓 졸업한 장종훈은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연습생이었다.
이미 일본프로야구의 물을 먹은 고원부는 이듬해부터 정식으로 리그에 합류하는 창단팀 빙그레의 핵심 전력이었다. 반면 장종훈은 일손이 부족한 신생구단에서 배팅볼도 던지고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도 받아주는 역할, 말이 연습생이지 월급 40만원을 받는 훈련보조요원이었다.
정식 선수가 된 뒤에도 고원부는 장종훈을 잊지 않았다. “땅볼로 안타 칠 생각하지 말고 공 띄우는데 집중해봐”라는 한마디에 장종훈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장타력에 또 한번 눈을 떴다. 이 말은 후에 다시 장종훈을 통해 김태균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장종훈은 2005년 유니폼을 벗었다. 그의 등번호는 한화 최초로 영구결번으로 지정됐고 모든 관중은 일어나 한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가장 영광스러운 그 순간 장종훈은 “고원부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때 받은 희망을 연습생 신화로 보답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