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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공부 보약” 교장실 찾아와 영어구절 암송

입력 | 2010-03-05 03:00:00

학업성취도 평가 수직상승 서울 마포 한서초등학교
교사 잡무 없애 학생에 전념
부진 아이 모아 ‘다짐교실’
‘기초미달’ 61명서 16명으로



4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서초교 도서관에서 한 어린이가 ‘독서통장’에 점수를 적립하고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이 통장에 점수가 적립되고 높은 점수를 쌓으면 학교에 설치된 만화방을 이용할 수 있다. 한서초교는 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학년도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교과 평균점수 등이 크게 오른 상위 12개교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왼쪽은 문영혜 교장. 원대연 기자


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지구 안에 위치한 한서초등학교. 이 학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교생의 11%에 달했다. 하지만 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학년도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교과 평균점수 등이 크게 오른 상위 12개교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2008년 61명에서 지난해 16명으로 줄었다.

65년 역사의 한서초등학교는 지난해 문영혜 교장(56·여)이 처음 부임했을 때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재개발지구 안에 있는 이 학교는 535명이었던 학생 수가 주민들이 수시로 이사를 가면서 1년 사이 400여 명으로 줄었다. 인근에 이렇다 할 학원도 없었다. 문 교장은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문 교장은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인턴교사들을 채용해 방과후 학교와 교재 작성 등 부가업무를 맡기고 일반 교사들은 수업과 학급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교사 한 명당 맡아야 할 학생 수가 25명까지 줄었다. 교사들이 학업에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교사들도 의욕적으로 바뀌었다.

교장과 교감도 교육 일선에 나섰다. 문 교장은 ‘생활영어인증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3∼6학년 학생 300여 명과 직접 만났다. 누구든 일과 중 편한 시간에 교장·교감실을 방문해 학교가 지급한 생활영어 교재 구절을 외우고 검사를 받도록 한 것.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부상으로 상훈이 찍힌 캐릭터 연필과 공책을 수여했다.

부진한 아이들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방과후 학교를 활용해 무료 기초학력배양교실인 ‘디딤돌교실’과 ‘다짐교실’을 열었다. 3∼6학년 학생들 가운데 시험을 거쳐 전 과목 성적이 고르게 부진한 학생들 40여 명이 이곳에서 수준별로 기초교육을 받았다. 지난여름 디딤돌교실에 4학년 자녀를 보낸 김모 씨(42·여)는 “아이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아이가 전보다 자신감을 갖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것을 보니 매우 좋다”고 기뻐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사랑교실’도 만들었다.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마포구의 지원을 받아 논술 영어 컴퓨터 미술 등 교과수업까지 진행했다. 일에 치여 자녀 교육에 신경 쓸 새 없는 저소득가정이나 편부모·조손가정 학생에게 입교 우선권을 줬다.

문 교장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안에 만화방도 열고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점수처럼 적립할 수 있는 ‘독서통장’도 만들었다. 점수가 쌓이면 만화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 교장은 “전보다 자신감에 찬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