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탐욕으로 달려간다면어떻게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기업의 경제학/조엘 바칸 지음·윤태경 옮김/272쪽·1만4000원·황금사자
기업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이익 극대화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분식회계, 뇌물수수 스캔들을 남기고 파산한 엔론의 사례는 기업과 경영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자리 만들기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경제성장을 해도 고용이 예전처럼 늘지 않는다. 고객을 만족시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이 비용이 늘어나는 결정을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약자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의 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는 노약자 같은 취약계층의 취업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기업 목적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기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 일시적으로 존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익을 내지 않으면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업이란 과연 무엇인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기업이지만 기업의 본성이 무엇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건 아마도 기업이란 존재가 시대마다 나라마다 존재 목적이 달랐고 사회로부터 받았던 요구도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과 번영의 시기에는 기업은 찬양의 대상이었다. 편리하고 값싼 상품을 제조해 소비자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고 일자리까지 보장해 주었으니 기업에 대한 찬사는 당연한 일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일자리도 늘고 경제는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불황이 닥치고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기업들은 원망의 대상이 된다.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정치인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기업을 보는 시각도 양극단으로 갈라진다. 기업을 사회에 좋은 존재로 보는 학자들은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늘리는 데 있다고 본다. 기업이 주주의 이익 외에 사회를 위해 선행을 베풀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학자는 밀턴 프리드먼이다.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도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데 사회적 선행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반면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기업 파산인 엔론 몰락을 비롯해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기업의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업은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책은 후자의 시각에서 기업을 탐구하고 있다. 법학 교수인 저자는 기업은 본질적으로 권력과 이익을 병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의 지배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익과 공공부문을 기업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영화도 물론 반대한다. 기업에 자유를 주기보다는 규제해야 한다는 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업에 대한 규제강화가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유기업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국가들이 망하고 나라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기업을 유치하기에 바쁜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저자는 기업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기업이 어떻게 생겼고 기업제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보여준다. 주식회사라는 기업이 지난 150여 년이란 짧은 기간에 가장 강력한 지배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parkyk@donga.com
▼‘네트워크를 돈으로’ 노하우 정리▼
마케팅 트래블러/황성욱 지음/364쪽·1만5000원·마젤란한 병에 2000원이 넘는 비싼 물 ‘글라소 비타민워터’는 한국에서 TV 광고 한 번 하지 않은 채 ‘트렌드 리더들이 즐겨 마시는 물’이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큰 홍보비용 없이도 마케팅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글라소 비타민워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 등에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거리를 지나는 젊은이들이 글라소 비타민워터를 카메라에 담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슈 메이킹에 성공했다. 서울디지털대 디지털디자인 전공 교수인 저자는 “발로 뛰며 마케팅을 배운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7가지 영문 키워드로 마케팅 비결을 소개했다. Issue(이슈에 주목하라), Expectation(기대감을 팔아라), Unwidening(타깃층을 좁혀라), Relationship(소비자와 ‘절친’이 돼라) 등 각 키워드를 풍성한 사례로 설명한다. 미국의 패션 전문 웹사이트인 ‘카마루프’의 성공비결도 소비자와 친해졌기 때문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네트워크를 돈으로’ 노하우 정리▼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미치 조엘 지음·서동춘 옮김/360쪽·1만3000원·8.o‘여섯 다리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 어느 곳 누구와도 최대 여섯 사람만 건너면 결국 연결된다”는 이야기. 1967년 스탠리 밀그램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내놓은 주장이다. 1990년대 중반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을 모델로 한 인터넷 게임을 통해 다시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 ‘트위스트 이미지’의 회장인 저자는 “오랫동안 실험과 수정을 거쳐 온 여섯 다리 법칙은 이제 고려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이미 연결돼 있다. 지인에게 오랜만에 어색한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검색과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것. 문제는 그 연결에 어떻게 비즈니스를 끼워 넣느냐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정보의 질(質). “조회 수와 커뮤니티는 다르다” “연결은 참여가 아니다”처럼 ‘연결을 돈으로 연결’하는 노하우를 관련 사례와 함께 흥미롭게 정리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