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감우성은 신작 ‘무법자’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형사 역을 맡았다. 과연 ‘왕의 남자’ 신화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
□ 영화 ‘무법자’로 돌아온 감우성
“1천만 흥행에 국내 영화제 수상의 기쁨도 맛봤으니
이젠 해 외영화제서 상 하나 받고싶다 하하…”
감우성을 만난 것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날이었다. 또한 이승훈이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날이기도 했다.
그가 18일 새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 ‘무법자’(감독 김철한, 신재혁·제작 청강스토리)가 그 무대로 감우성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형사로 등장한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아내(이승민)마저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감우성은 복수를 꿈꾸며 잔혹한 세상에 나선다.
2007년 ‘내 사랑’ 이후 3년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 그의 변신이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런 강렬한 카리스마에 있다.
그 강렬함을 여전히 벗지 않으려는 듯, 감우성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미 영화 ‘왕의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스러워 보였다.
“늘 승률이 좋았던 건 아니다. 내 영화가 잘 됐으면 하지만 그러려면 여러 가지 조건도 중요하다.”
- 그래도 베테랑 배우로서 영화 흥행에 대한 조급함은 없을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 그것보다는 작품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니까. 대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젠 만일 실패하더라도 내 스스로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 모든 출연작이 스트레스를 주겠지만 ‘무법자’가 얹혀준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촬영을 운동 경기에 빗대어 말하자면 지기 싫은 것 아니겠나. 하지만 어떻게 모든 경기에서 이기겠는가. 또 영화는 단체경기이기도 하다.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 모든 걸 받아들이기란 또 쉽지 않을 것 같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 형사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뭐, 딱히 형사역이어서 출연한 건 아니다. 한때 형사 캐릭터 제안을 많이 받기도 했다. 형사가 아니어도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설정이라고 봐도 된다.”
- 형사이고 연쇄살인범을 쫓는 캐릭터인만큼 액션 연기도 새로울 것 같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드러낼 수밖에 없는 조금 과격한 행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무법자’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았다. 단순히 허구적인 기획영화가 아니었다. 사실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세상에 없는 것을 착각하게 해서 믿게끔 만드는 게 배우의 일이지만 더욱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나 스스로 믿고 연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올해 계획은 어떤가.
“새 영화 출연을 놓고 논의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가을쯤 촬영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또 올해는 혈관에 찌꺼기가 끼지 않도록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웬만하면 담배도 끊으려 노력 중이다. 아! 김연아처럼 나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 하하!”
- 금메달?
“연기로 말이다. 스포츠로만 끝나면 부럽지 않겠느냐. 김연아를 보면서 그런 자극을 좀 받는다.(웃음) 내 능력으로 여기까지 만족할 만큼 왔고 국내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이젠 밖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개인적 영광이지 않겠는가.”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