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학업성취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고 학력이 국력이 되는 세상에서 학생 교사 국가는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수준의 학생 학업성취 평가는 필요하다. 평가 결과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연결돼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2009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최근 발표됐는데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줄고 전년도에 학력향상중점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의 결과가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보통 이상의 결과를 얻은 학생의 비율도 높아졌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아울러 처음 실시 때의 불미스러운 문제도 많이 해소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유념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2010년부터 개별 학교 단위로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고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학교별 줄 세우기로 특정 학교에 대한 낙인과 기피라는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더욱이 교사평가, 학교평가에서 학생의 학업성취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학습장애학생,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학생에 대한 기피와 같은 비교육적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2년 연속 부진학교에 대한 기준과 조치에 대해서도 더 신중해야 한다.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효과만이 아니며 가정배경,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학년, 모든 과목에서 성취도 향상이 이루어진 이번 결과를 칭찬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학교 현장에서 성적위주 문제풀이식 준비를 강요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되는 출제의 난이도가 적합했는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가 정식 교사보다 보조강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아닌지 등도 점검하고 의구심을 해소하기 바란다.
또한 기초학력 미달이 누적되지 않도록 일찍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국가수준 평가와 별도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급 학교 교육청 단위에서 학력을 진단하고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 어느 정도를 기초라고 보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해서도 지속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학생이 자신의 성취도 수준을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알도록 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