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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이 연구]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입력 | 2010-03-08 03:00:00

“섬 연구는 우리문화 원형 찾는 작업”




이윤선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민속학)는 설, 추석, 정월대보름 같은 명절마다 섬으로 달려간다. 명절을 맞아 열리는 마을 제사나 잔치, 각종 행사는 ‘살아 있는 민속’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각 섬에서 장례나 혼인 같은 행사가 있다는 제보전화 한 통이면 카메라와 녹음기를 챙겨 곧장 섬으로 향하는 ‘5분 대기조’다.

전남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는 이처럼 섬과 바다에 푹 빠진 학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역사학, 민속학, 고고학, 생태학, 공학, 건축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소속돼 있다.

도서문화연구소가 생긴 것은 1983년. 우리나라 섬의 절반 이상이 분포돼 있는 서남해안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살렸다. 실제로 목포대에서 바다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설립 당시 연구소의 두 축은 민속학과 역사학이었다. 매년 여름에 3∼7일간 섬 하나를 방문해 조사를 한 뒤 세미나를 거쳐 학술지를 내오고 있다. 각 섬의 설화, 역사, 고유풍습부터 마을의 독특한 구조와 건물 배치, 섬의 동식물까지 연구한다. 한 번에 각 분야 학자들이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답사 인원만 20∼30명에 이른다.

섬 연구는 곧 우리 문화의 원형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섬에는 유교 영향을 받기 전의 전통문화가 살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금도와 도초도에는 강강술래의 원형이 남아 있는데 실은 남녀가 함께 땀에 흠씬 젖을 때까지 춤을 추는 교제의 장이죠. 하지만 조선시대 들어 이런 문화를 ‘음사(淫事)’라거나 ‘천하다’고 배척하면서 지금은 섬에만 남아 있는 겁니다.”(강봉룡 도서문화연구소장)

마을 제사 등 전통문화 남아
설-추석 등 명절마다 달려가

“관련 문화콘텐츠 무궁무진
해양시대 새 패러다임 제시”


도서문화연구소는 1999년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로 선정된 뒤 전국의 섬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2002∼2003년, 2004∼2006년에는 중국 보하이 만과 저우산 반도 조사에도 참여했다. 최근 동남아 지역으로도 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33집까지 발간된 학술지 ‘도서문화’ ‘도서해양문화연구총서’ ‘아시아해양문화총서’ 등 학술총서는 이 같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도서문화연구소가 28년째 쌓아온 연구 성과는 최근 크고 작은 결실을 보고 있다. 2009년 전남 신안군 다도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됐을 때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홍선기 HK연구교수(생태학)는 “민속학,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자료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를 보고서 형식으로 잘 엮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연구소가 만든 13부작 애니메이션 ‘꼬치의 해양영웅탐험’이 MBC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이순신, 장보고 등 역사적 인물 외에도 뽕할머니, 개양할미 등 그동안 연구소가 발굴한 각 섬의 설화를 문화콘텐츠로 되살렸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던 원용태 HK연구교수(IT)는 “5년 전 처음 연구소에 올 때만 해도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문화콘텐츠로 만들 만한 연구 성과가 무궁무진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모여 있다 보니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인문한국지원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연구주제는 ‘섬의 인문학-문명사적 공간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문학, 역사, 종교, 생태 등 섬에 관한 연구는 물론, 연구성과를 문화콘텐츠로 만들거나 섬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일본 오키나와국제대 남도문화연구소, 중국 해양대 해양문화연구소 등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

“바다로 함부로 나가는 것을 막았던 조선시대의 해금정책 이후 섬과 바다는 줄곧 배척과 두려움의 대상, 메워서 육지로 만들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21세기에는 이 같은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궁극적 목표입니다.”(강 소장)

목포=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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