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경기 수원시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폐암 치료 도중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달아난 강도강간 피의자 김모 씨(49). 그는 경기 평택, 충남 천안, 전북 남원시를 거쳐 부산에서 밀항을 시도하다 실패해 서울로 왔다. 6일 오후 2시경에는 종로에서 택시를 타고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김 씨는 택시의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었다. 자유의 공기가 상쾌했지만 성동구 송정동 군자교 근처에서 순찰을 하던 경찰과 눈이 마주칠 줄은 몰랐다. 놀란 김 씨는 얼굴을 돌리고 황급히 창문을 올렸다. 택시가 달리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승객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주요 수배자들의 얼굴을 여러 차례 숙지해뒀기 때문. 경찰은 순찰차로 약 1km를 추격한 끝에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세웠다. 택시에서 내린 김 씨는 근처 주택가로 달아났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붙잡혔다. 22일 동안 이어진 김 씨의 도주 행각은 이렇게 끝났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