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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미쳐라, 즐겁게… 불가능은 없다…”우리는 V세대니까!

입력 | 2010-03-09 03:00:00



교실의 V세대. 그들은 어떻게 공부하며 비전과 진로는 어떻게 정할까. V세대의 성향은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이 V세대를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학부모는 어떤 지혜와 태도를 갖춰야 할까.

 


 

미치니까 즐겁다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 선수는 훈련할 때 양 발목에 1.5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5kg 무게의 납 조끼를 입은 채 링크를 50∼60바퀴 돌았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는 초중고교 시절 매일 오전 5시 10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해 훈련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미친 듯이 몰입하는 것이 V세대의 특징.

올해 경기 안양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에 진학한 한지이 씨(18)는 고교 때 문학에 푹 빠졌다. 일반계고에서 수능 모의고사 1등급을 유지했던 한 씨는 고교 2학년 때 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예고 전학을 결심했다. “문학 공부는 대학에 가서도 할 수 있다. 일반계고에서 공부 잘하다가 왜 굳이 학교를 옮겨야 하느냐”는 주위 반대가 극심했다. 한 씨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만 하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고로 편입한 후 2년간 습작한 시(詩)만 300여 편. 한 씨는 “제대로 된 시를 300편 쓰는 것은 시중에 나온 모든 수능 언어영역 문제지를 다 푸는 것과 비슷한 공력이 든다”고 했다. 1년 먼저 문학을 접한 예고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한 씨는 매일 읽어야 할 시집 분량을 정했다. 예고로 옮겨 성적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오전 2, 3시까지 교과공부를 했다. 서울 옥수동 집에서 안양의 학교까지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야 했다.

한 씨는 “그땐 컵을 보고도 ‘코끼리 코가 몸에 붙어있는 것 같다’ ‘손잡이가 새의 날개 같다’면서 오로지 시만 생각했다”면서 “몸이 힘들어도 미쳐서 공부하다 보니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해 서울사이버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돼 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최연소 시인으로 등단했고 장관상(3회), 서울시장상·경기도지사상, 연세대·한양대 총장상 등 문학상을 휩쓸었다.

고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한 이경빈 씨(18)의 좌우명은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다. 전교 회장으로 일하고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면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험은 이 씨에게 피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기꺼이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이 씨는 “누가 나에게 ‘똑똑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훗날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고 했다. 등굣길 차 안에서는 창밖도 잘 내다보지 않았다. 유혹거리나 공상에 빠질까봐서다. 매일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 20분씩 눈을 감고 꿈을 이룬 미래의 순간을 상상했다. 식사, 운동량, 수면시간도 철저히 관리했다. 매일 공부일기를 쓰며 스스로 격려하고 반성했다. 이 씨는 수능에서 사회탐구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자신감은 나의 힘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은 올림픽 개최국인 캐나다 선수와 맞붙었다. 캐나다 선수를 호명할 때 캐나다 관중들의 환호가 엄청났다. 하지만 모 선수는 기죽지 않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모 선수는 “난 ‘깡다구’가 있다”고 했다. 자신감은 V세대를 꿰뚫는 키워드다.

지난해 9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모바일로보틱스(로봇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한 뒤 무선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겨루는 것) 부문 최연소 참가자로, 최고 점수로 MVP를 수상한 김원영 씨(18·삼성전자). 대회는 4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 과제를 수행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째 날 김 씨가 속한 팀은 전체 14개 국가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출발이 좋았다. 하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대회장 내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단이 경기스코어를 리셋(재설정)하겠다고 결정했다. 금메달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질 것 같다는 예감도 잠시. 김 씨는 마음을 다잡고 “지난 시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 마지막으로 지식과 실력을 짜내서 자신있게 덤벼보자”고 팀원을 격려했다.

김 씨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공부를 오래 했거나 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김 씨는 “빠른 판단력과 열심히 연습한 결과가 우승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나의 무대는 세계다

12년간 얼음판 위에서 올림픽을 기다리며 벼려왔던 ‘피겨 여왕’ 김연아는 결국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챔피언이 됐다. V세대는 당당하게 세계를 꿈꾸고 그 꿈에 대해 서슴지 않고 말한다.

한지이 씨의 목표는 세계적인 문학가 혹은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문학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네가 노벨 문학상을 받겠다고? 말이 돼?”라는 주변의 말을 들을수록 한 씨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결심한다. 한 씨는 “우리말 ‘불그스름하다’ ‘불그레하다’가 모두 영어로 ‘레드(red)’라고 번역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제대로 문학을 공부해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영어와 중국어 공부도 열심이다.

이경빈 씨의 꿈은 유엔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 씨의 관심은 후원을 통해 만난 인도 어린이 마다푸파, 봉사활동으로 만난 노인 요양원의 치매 노인들, 미얀마 의료봉사 때 만난 사이클론 피해주민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씨는 “깊이 있고 다양한 학문적 소양과 경험을 쌓아 10∼20년 후에는 지구촌을 위해 봉사하는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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