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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무엇이든 좋다! 내가 잘하는 것 찾아 노력하는게 경쟁력”

입력 | 2010-03-09 03:00:00

당당 상큼 발랄… V세대의 특징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에 태어나 글로벌 시대에 자란 세대. 2010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용감하고(valiant) 다양하고(various) 발랄한(vivid) 특징을 확실히 각인시킨 ‘V세대’들의 성향을 알아봤다. 교실, 학원, 교우관계에서 보여 지는 V세대들의 특징을 짚어보자.》
경쟁이 자연스럽다

대부분의 V세대는 최소 한 군데 이상 학원을 다니며 공부해왔다. 학교와 학원에서 매일 보는 시험 끝엔 특수목적고나 대학이라는 입시관문이 기다렸다. 옆 자리 친구와 매일같이 점수로 경쟁했다. 과거 학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경쟁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V세대에게 경쟁은 친구나 상대를 짓누르고 밟고 잃어서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경험한 덕분에 이들은 경쟁의 결과만큼이나 과정 자체를 중시하게 됐다.

입시트랙이 다양해진 것도 경쟁에 대한 V세대의 관념을 변하게 했다. 반드시 시험이라는 경쟁에서 이기지 않아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사례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이들 세대에게 제발 공부만 잘해주길 바라는 반면, 이들의 머릿속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운동·예술·엔터테인먼트·사업·영업·IT)을 찾아 경쟁력을 만들려는 전략이 있다. 공부는 기본으로 해 인간관계, 외모, 끼, 리더십까지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는다.

경쟁이 일상화되다보니 ‘경쟁에서 아득바득 이기기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하느니 내려놓고 즐겁게 하는 게 낫다’는 의식도 팽배해졌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 교사는 “부모 세대라면 40, 50대쯤에야 추구하는 안정감을 지나치게 일찍부터 고민하는 일부 학생도 있다”면서 “덜 치열하게 사는 데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순 있겠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현실에 안주하려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를 표현한다

V세대의 특징으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데에 머뭇거림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겸양을 미덕으로 꼽는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어 학교에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가 개설돼있지 않을 경우 과거 학생들은 ‘차선’을 선택했다. 기존 동아리 중 하나를 찾아 들어간 것. 반면 V세대 학생들은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달라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인터넷세대로서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시시각각 공개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적극적인 자기표현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자신을 어필하는 것은 교우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늘 좋은 모습만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하거나 교우관계가 인터넷에 기반을 둔 단편적인 관계에 그친다는 단점도 있다.

와이즈멘토 허진오 팀장은 “학부모들은 자신이 자랐던 때처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방식으로는 V세대와 소통하기 어렵다”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자녀를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할 때도 마찬가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전개해야한다.

쿨하다?

V세대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 ‘규범을 지켜야한다’는 등의 강박에서 자유롭다. 학교에선 더 이상 민족의 사명, 국가 중흥의 이념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 세대는 뛰어난 개인이 세상을 이끈다고 믿는다.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 가운데서 즐겁게 살고 또 성공하는 것을 꿈꾼다. 고속성장의 혜택을 받아 풍요 속에서 자라다보니 열등감이 없고 주눅 들지도 않는다. 설움도 구김살도 없다. V세대는 성공해도 ‘고생을 극복했다’는 생각보다 ‘개인적인 성취를 이뤘다’고 느낀다.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덜하기 때문에 실패도 두렵지 않다. 실패는 다시 노력해서 극복하면 되는 과정 중의 하나다.

반면 겉으로 ‘쿨’하게 보이기 위해 자존심을 세우면서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최상위권 여고생 이모 양은 “남들 앞에서는 점수 1, 2점에 목숨 걸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도 정작 2등을 하면 속상해서 잠도 못 잔다”면서 “다음에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표

V세대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한 가지를 목표만 바라보고 살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획일화된 삶에 대한 환상도 적다. 과거 인기 있던 직업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지만 한 가지 일만 하면서 평생을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1988년생인 조태원 씨(22·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는 “교사가 되고 싶어 교대에 온 친구들 중에도 평생 교사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능력과 여력이 된다면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다. 예를 들어 회계사 자격증을 따고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도 돼보고 싶다는 학생들도 적잖다”면서 “하나를 성취하고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도 우리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코스모폴리탄

V세대는 글로벌 세대와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살아왔다. 또한 조기영어교육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학교나 학원에서 원어민 교사, 강사들에게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외국인을 친근하게 느낀다. 1990년생인 박주희 씨(20·숙명여대)는 “영어를 유창하게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조금씩 있을지라도 외국인을 만나고 친구가 되는 데는 문제없다”면서 “기성세대가 말하는 서양인에 대한 열등감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V세대는 스스로를 코스모폴리탄 피플(세계를 내 집처럼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모가 경쟁력

V세대는 외모와 내면을 구분하지 않는다.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자기관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가꿔진 이미지의 연예인들을 늘 접했기 때문에 잘생기고 예쁜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여중생들 사이에선 하루 800Cal만 섭취하는 ‘소녀시대 식단 다이어트’가 인기인 것도 이런 맥락. 일단 마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거식증,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V세대의 좌우명▼

국내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실제로 작성한 좌우명이다.
과거 ‘성실하게 살자’ ‘최선을 다하자’‘열심히 살자’는 좌우명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V세대’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 엿볼 수 있다.

* 인생은 셀프
* 항상 당당하게 살자
*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능력 있는 사람이 되자
* 항상 즐겁게 재미있게 살자
* 재미있게 살자
* 잘 웃자
* 편안하게 살자
* 긍정적으로 살자
* 난 만능이다
* 돈을 많이 벌자
* 걱정 없이 살자
*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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