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통해 드러난 시즌 전망
목동에 핀 야구의 봄 2010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화두는 ‘12초룰’과 ‘스트라이크존 확대’다. 개정된 규칙은 확실히 경기시간 단축에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현장에서는 졸속행정이라는 반발과 투수쪽에 메리트가 있다는 등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LG와 넥센의 7일 목동 경기.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역대최강 선발투수로 구성된 외국인 선수. 2010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첫 시범경기 2연전을 지켜본 지난해 우승팀 KIA 조범현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뽑은 구단이 많기 때문에 대량득점보다는 중반까지 적은 점수차로 시소게임을 벌이는 날이 많을 것 같다”며 투수전쟁을 예고했다.
○KIA의 우승이 가져온 학습효과
브룸바를 포기하고 요미우리 출신 번사이드를 영입한 넥센 이장석 대표는 “KIA를 보며 상대팀 에이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투수가 없으면 정규시즌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인선발투수 대유행
로페즈와 구톰슨을 앞세워 단숨에 정상에 올라선 KIA는 외국인 선수 구성의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다. 올 시즌 넥센과 롯데를 제외한 6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뽑았다. 이중 LG 오카모토를 제외한 13명이 모두 선발요원이다.
지난해 KIA는 로페즈와 구톰슨이 확실한 원투펀치 역할을 해내며 윤석민, 양현종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수준급 국내선발요원 2명을 보유하고 있다면 외국인선수 영입만으로 단숨에 탄탄한 투수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새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은 ‘적응’이지만 올해 외국인 투수들은 역대 최고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종종 주심의 볼 판정에 짜증을 내며 스스로 무너지던 외국인 투수들의 국내리그 적응 1등 도우미가 될 수 있다.
당장 두산 히메네스가 6일 SK와 시범경기에서 최고 151km 직구를 앞세워 4이닝 무실점, 롯데 사도스키는 수준급 싱커로 7일 한화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제구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삼성 크루세타는 6일 KIA전에서 5이닝 동안 단 1개의 4사구 없이 탈삼진 3개, 무안타 무실점으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혜택을 맘껏 누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