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만취 행패… 무전취식에 부녀자 겁탈까지■ 소련군이 쓴 보고서 발견“조선인 노예로 더 있게하자봉기땐 절반 교수형 시킬것”처벌 거의 없어 만행 지속“일벌백계” 건의도 묵살당해
○ 소련 군인이 직접 쓴 조선 약탈보고서
“우리 군인(소련군)의 비도덕적인 작태는 실로 끔찍한 수준이다. 사병 장교 할 것 없이 매일 곳곳에서 약탈과 폭력을 일삼고 비행(非行)을 자행하는 것은 (그렇게 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대낮에도 거리에서 술에 취한 군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신의주 내 70곳 이상의 여관과 공공건물에서는 밤마다 질펀한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기록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적시됐다. 1945년 12월 6일 공병장교 막시모프는 휘하 병사 7명과 함께 한 여관에 투숙한 뒤 여자를 부르고 밤새도록 술판을 벌인 뒤 다음 날 아침에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 더 기가 막힌 일은 막시모프 일행이 5일 후인 11일 또 이 여관에 들러 숙박비라며 돈을 냈는데 당시 북한에서 전혀 통용되지 않아 휴지조각으로 취급되는 만주 돈이었다는 것이다.
또 한 조선인이 술로 곤죽이 된 소련군 중위를 끌고 갔던 사건의 기록도 있다. 이 조선인은 “내 아내가 소련군에게 겁탈당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만행에 대한 처벌이 거의 없었다는 점. 소련군 스쿠트스키 중령이 사단 헌병대에 일벌백계(一罰百戒)할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보고서는 전하고 있다.
○‘해방자’를 자임했지만…
1945년 8월 26일 평양비행장에 도착한 소련극동군 연해주군관구 25군 사령관 치스차코프는 자신들을 ‘해방군’으로 규정하며 “조선 인민들이여, 여러분은 자유와 독립을 찾았다. 행복은 이제 여러분 손 안에 있다”고 말했다.
○배고픈 정복자의 본성 드러내
보고서는 “군내 질서를 잡고 25군단 내 정치적 도덕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급히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된다”며 “시범 케이스로 처벌한 뒤 이 사실을 널리 전군에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신종대 교수는 “소련군 역시 미군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진주했고 진주 후에도 현지 사정에 무관심했다”며 “이는 북한 진주 초기 소련군의 비행과 풍기문란이 심각했음을 잘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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