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북한 벌목공 2명이 9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미국행을 요구했다고 탈북자 지원단체인 북한정의연대가 이날 밝혔다. 진입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각각 2000년과 2006년에 벌목공으로 파견돼 온 조전명 씨(가명·46)와 방종훈 씨(가명·46)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현지사업소를 탈출해 연해주를 떠돌면서 날품팔이를 하던 중 한국 선교사의 현지 교회 신축 일을 도와주다가 성경을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월 말 함께 생활하던 김일성대 러시아학과 출신의 통역인 고모 씨와 자강도 출신의 벌목공 유모 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강제 송환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한국 공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파견돼 생활하는 북한 벌목공들의 삶은 열악하다. 조 씨는 지난해 11월 자필로 쓴 글에서 “한 달에 받는 보수의 40%는 국가에, 20%는 현지 북한 연합기업소에, 15%는 벌목장 사업소에 빼앗기고 본인은 25%만 받지만 여기서도 기타 운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뜯긴다”고 적었다.
방 씨 사정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정의연대에 따르면 그는 정부와 연합기업소, 사업소에 각각 48%, 20%, 15%를 떼이고 본인은 17%만 받는데 여기에서 또 동료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부조를 하고 나면 결국 한 달에 60∼70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이는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는 데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벌목공은 목숨이 오가는 위험하고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속옷 살 돈도 없어 3년 동안 해진 것을 그대로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