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예술노조가 끝내 오디션을 거부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예술노조 집행부는 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서 오디션을 한 달 뒤로 미루겠다는 사측의 조정안을 거부했다. 김호동 노조위원장은 9일 “오디션 평가 매뉴얼을 새로 만들기에는 한 달이란 기간이 너무 짧다”며 11일 조합원총회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1월 3개 전속단체(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에 대해 ‘기량 향상을 위한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평가결과 기량이 미달하는 소수단원에게 재교육을 통한 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닥쳤다.
노조 측은 3일 임금협상 결렬로 열린 서울지방노동위 1차 조정회의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번 오디션이 법인화를 앞두고 단원의 해고나 지위 변경, 연봉 삭감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단체협약으로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극장 전속단체였던 국립극단의 법인화를 결정하면서 단원 전체를 새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여파였다.
임 극장장은 “평정심을 잃은 단원들이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없다”며 19, 20일로 예정돼 있던 국악관현악단의 ‘뛰다 튀다 타다’ 공연을 취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측이 극장 내부의 문제를 관객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했다.
그러나 8일 2차 조정회의에서 사측이 오디션을 1개월 연기하겠다며 조정안을 수용했는데 이번엔 노측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오디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자는 것”이라던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실력은 없으면서 철밥통만 지키고 있다”는 외부의 시선만 더욱 따가워지게 됐다.
예술노조가 계속 오디션을 거부한다면 이는 오히려 법인화를 부채질하는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