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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고비 넘긴 남유럽 국가 부실, 안도하긴 이르다

입력 | 2010-03-11 03:00:00


4일 그리스 정부가 공무원의 특별보너스 삭감, 2010년 연금 동결, 공무원 복지수당 삭감폭 확대 등의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 각국이 이를 전제로 그리스를 지원할 것이라 밝히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부실 문제가 한고비를 넘고 있다.

긴축 발표 이후 그리스 국채 입찰에는 물량 대비 3배의 수요가 몰렸고 각국 주가는 오르고 있다. 특히 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회견한 뒤 그리스 지원을 약속하자 각국 증시는 큰 폭의 상승으로 화답했다. 그리스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다른 국가들에 대한 우려도 일단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2차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 역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남유럽 국가의 부실 문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추가 긴축안이 나오기 전부터 그리스의 공공 및 민간부문 노동조합연맹은 긴축 노선을 표방한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파업을 단행한 그리스 공공노조연맹과 노동자총연맹은 16일 다시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파업이 장기화, 과격화하면 그리스 경제는 더욱 더 타격을 받고 채무 이행 능력도 의심받게 될 것이다.

둘째, 유럽연합(EU)이 안고 있는 근본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국가들이 그리스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환율 조정을 대신해 줄 임금과 고용의 자유로운 조정과 이동,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재정동원 능력과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 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불식되기 어렵다.

셋째, 이번 일로 유럽 지역의 성장성은 상당 기간 악화될 확률이 높다. 문제가 된 국가는 강한 긴축이 불가피하고 지원하는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지출의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생산성을 높여 대응해야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해결방안들을 고안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가칭 ‘유럽통화기금(EMF)’ 창설 구상을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기구를 EU 안에 만들어 일부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결토록 하자는 것이다. 16일 열릴 유럽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투기적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일종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EU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이 개선되기 전에는 다른 국가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적인 관찰과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