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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인형같지 않은 인형

입력 | 2010-03-11 03:00:00

17~21일 체코 인형극 ‘돈 조반니’
섬세한 동작에 무대효과까지 만끽



체코 인형극 ‘돈 조반니’. 무대 위에 인형을 움직이는 배우들의 손이 그대로 노출돼 손과 인형의 움직임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실버트레인


키는 성인 남자의 무릎 높이를 충분히 넘긴다. 몸무게는 적게는 5kg, 많게는 8kg까지 나간다. 칼집에서 칼을 뽑거나 머리를 쓸어 넘기는 섬세한 동작도 가능하다. 라임나무가 주재료이며 위에서 줄로 움직이거나 밑에서 막대로 조종한다. 체코의 대표적 전통문화인 마리오네트 인형에 대한 설명이다.

마리오네트 인형의 섬세한 움직임과 특유의 유머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17∼21일 서울 호암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체코 국립민족인형극단의 ‘돈 조반니’다. 12일에는 강원 태백시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14일에는 강원 원주시 원주치악예술관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공연도 펼친다.

1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체코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된 만큼 체코와 관계가 깊은 작품이다. 체코의 대표적인 문화인 인형극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체코 인형극의 전통은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공연을 총괄하는 페트르 보디추카 국립민족인형극단 대표는 “한때는 체코 전역에 인형극단이 3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체코에서 인형극은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돈 조반니’는 1991년 극단이 처음 생겼을 당시부터 공연된 작품. 막과 막 사이마다 등장하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차르트 인형은 초연 때부터 함께해 온 ‘베테랑 배우’다.

줄거리는 원작 오페라를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돈나 안나와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오가며 여성 편력을 일삼고 돈나 안나의 아버지인 기사장을 찔러 죽이는 등 악행을 거듭하면서도 뉘우치지 못한 채 지옥으로 떨어진다.

마리오네트가 우스꽝스럽게 생긴 데다 움직임 역시 거친 만큼 선이 굵어 일반 오페라와 다른 재미가 있다. 비가 내리거나 불꽃이 튀는 무대효과는 실제 오페라 못지않다. 18세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세트와 의상을 통해 충실히 재현했다. 2만∼5만 원. 02-338-3513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