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잡히면 뭐하나, 우리 딸은 돌아오지 않는데…”

입력 | 2010-03-11 03:00:00

■ 故 이유리양 아버지 절규… 어머니는 또 실신




“멍하네요. 잡히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아요. 그에게 진짜 똑같이 해주고 싶은데 사실 무슨 말을 하겠어요, 우리 딸은 이미 죽었는데. 하늘을 잃은 것만 같지….”

10일 이유리 양(13)을 성폭행 살해한 피의자 김길태 씨(33)가 드디어 경찰에 검거됐다는 말에 이 양의 아버지 이모 씨(39)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며 “(범인에게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형량이 선고돼 다시는 햇볕을 못 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데 대해서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애써 말을 아꼈다. “부모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고 수사에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애가 죽은 마당에 지금 와서 뭐가 잘못됐는지 일일이 따져봐야 내게 무슨 힘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TV로 김 씨가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을 지켜본 이 씨는 이날 오후 9시 반경 경찰 조사를 위해 사상경찰서를 찾았다. 9일 영결식에서 딸을 보내지 못하고 목 놓아 딸의 이름을 외쳐 주변의 눈물을 자아냈던 이 양의 어머니 홍모 씨(38)는 충격 때문에 이날 또다시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길태야, 이제라도 진실 밝혀라” ▼
■ 피의자 아버지 “피해자-국민에 죄송”

한편 큰 죄를 저지르고 숨어버린 양아들을 향해 “제발 자수하라”고 호소했던 김길태 씨의 아버지 김모 씨(69)는 검거 소식에 담담한 목소리로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피해자한테 진실을 밝혀줘야지. 그것이 길태의 의무다. 자기 힘으로 독단적으로 한 건지,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건지 낱낱이 밝혀야 해.” 막상 심정을 물으니 착잡한 듯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씨는 “집사람이나 나나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피해자는 오죽했겠느냐”며 “국민도 큰 고통을 받았다. 이제 내 아들은 내 평생에 없다”고 허탈한 마음을 표현했다.

부산=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