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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멸종위기 백령도물범을 지켜주세요”

입력 | 2010-03-11 03:00:00

서울동물원, 보호 캠페인

한때 8000마리까지 서식
가죽-약용 위해 中서 남획
최근 800마리 정도로 줄어



중국에서 낳은 새끼들과 함께 다시 돌아온 점박이물범이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한가롭게 쉬는 모습이 최근 고래연구소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제공 고래연구소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은 13일부터 21일까지 동물원 내 해양관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일명 백령도물범)’ 보호 캠페인을 펼친다고 10일 밝혔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 이 물범은 한때 국내에 8000마리까지 서식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8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령도에서 새끼를 낳으러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포획당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동물원 측은 시민들이 ‘백령도물범’에 관심을 갖게 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호 캠페인을 마련했다.

○ 물범 박사의 비밀 이야기

서울동물원이 펼치는 ‘백령도물범’ 보호 캠페인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가 진행하는 ‘백령도물범 멸종, 그 숨겨진 비밀이야기’로 시작한다. 13일과 14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 10일부터 서울대공원 인터넷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에서 선착순 10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는 1만 원. 동물원 입장료가 포함됐고 기념품도 준다. 안 박사는 2008년 11월 백령도물범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이들이 중국 보하이(渤海) 만에서 새끼를 낳고 3월에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일부 중국인이 가죽을 얻거나 약용으로 쓰기 위해 새끼를 남획하기 때문. 동물원 측은 이번 캠페인 기간에 백령도 현지의 물범 보호 및 생태 연구 활동 사진을 전시하고 어린이들이 점토와 자석을 이용해 직접 백령도 물범 인형을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국내 물범의 서식 현황과 물범 세밀화도 전시하고 물범 전문 사육사의 생생한 사육 경험과 물범의 특성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대형 점박이물범 사진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사진촬영용 공간을 꾸며 마치 동물원 방문객이 백령도에서 물범과 다정히 사진 찍은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됐다. 2월 24일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물범도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 눈망울은 청순하지만 바다의 포식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청순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눈을 가진 백령도물범이지만 실제로는 서해안을 주름잡는 최고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안 박사는 “백령도물범은 돌고래 종류인 상괭이, 밍크고래와 함께 서해안의 3대 최고 포식자”라며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물범의 개체수가 줄면 먹이 어류 개체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물범은 쥐노래미, 볼락, 까나리 등을 주 먹이로 삼고 있다.

안 박사에 따르면 백령도물범의 가장 재미난 특성은 임신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백령도에서 살던 이들은 11월경 중국으로 거처를 옮겨간 뒤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낳은 뒤 곧바로 다시 교미에 들어가는데 암컷은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지 않고 중국에서 생활하다 이듬해 3월경 서해로 돌아와서야 착상한다는 것. 그러면 다시 8개월가량 지난 뒤 중국에서 새끼를 낳는다.

백령도 서쪽에는 물범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이름 붙여진 ‘물범 바위’가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벌써 중국에서 돌아온 물범들이 한가로이 햇볕을 쬐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는 게 안 박사의 말이다. 안 박사는 “점박이물범(백령도물범)은 세계 30여 종의 물범 중 한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물범이기도 하다”며 “생태계 안정을 위해 백령도물범의 적극적인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