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살려낸 ‘잊혀진 영웅’
올해 6·25전쟁 60년을 맞아 그를 다시 대중 앞에 불러낸 사람은 소설가 복거일 씨다. 복 씨는 이 연극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06년 조 씨가 타계했을 때 영결식이 재향군인회가 주관하는 향군장으로 치러진 것이 너무 애통해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은 조 씨의 장례에 무관심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전쟁 영웅’ 조 중위의 장례는 마땅히 국가기관이 나서 국군장이나 육군장으로 치러야 했다고 복 씨는 강조한다.
김대중 정권 때 조 씨가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던 날, 집 앞에서 기관원들이 막아섰다. “기자회견은 국가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일”이라고 기관원들이 말하자 조 씨는 “난 다만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을 데려와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데 그게 어떻게 위협이 되느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외친다. “이것이 제가 북한 땅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국입니까. 나라를 지키다 적군에게 붙잡혀 지옥 같은 땅에서 살아온 국군포로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나라를 과연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번 공연에는 노병(老兵)들이 많이 관람했다. 6·25의 전세를 바꿔놓았던 백선엽 장군도 찾았다. 연극이 끝난 뒤 즉석 행사가 있었다. 극중에서 조 중위 역할을 한 배우가 90세의 백 장군을 앞에 모셔놓고 귀환 신고를 했다. 백 장군은 경례로 답했다. 지켜보던 관객, 배우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백 장군은 “6·25 때 우리 선배들의 위대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남한에서 결혼한 부인 윤신자 씨도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미국 시애틀에 살다가 귀국했다.
공연 내내 숙연함이 이어졌다. 시종 눈물이 났다는 관객도 있었다. 연극은 조 씨의 삶과 고통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예술이 지닌 힘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계에는 6·25와 북한을 다룬 작품이 별로 없다. 특히 북한을 비판하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반공(反共)예술’이나 ‘의식 없는 작가’로 평가 절하되기 일쑤였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국내 예술가가 아닌 탈북자들에 의해 제작된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만 기억하는 6·25 60년 안돼야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