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해외증시투자 순위 홍콩-美-濠이어 4위로… 유입잔액 1월말 1조1695억中무역흑자규모 급증세정부차원서 해외투자 독려한국 첨단株확보 속셈도
지난해 5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스포츠용품기업 차이나그레이트스타는 최근 총 65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주식의 33%는 한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어 21억 원 가량의 중국 돈이 추가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차이나 머니'가 증시 투자금액뿐만 아니라 배당으로도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 머니가 한국 증시에 몰려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 속도가 두드러진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에다 중국 기업들의 연이은 국내 증시 상장과 맞물려 한국 증시에 투자하려는 중국자금의 규모가 최근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해외 진출은 중국 정부의 독려 아래 이뤄지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불어나고 중국에 투자하려는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자 중국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자금을 해외로 내보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 절상이 이뤄지더라도 무역수지 흑자 폭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한 차이나 머니의 외국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변화되는 차이나 머니의 주인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차이나 머니의 유가증권시장 유입잔액은 2008년 말 2459억 원에서 올해 1월말 1조1695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3142억 원이 들어와 2008년 말까지의 누적 잔액을 웃돌았다. 물론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875조 원이므로 비율로는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차이나 머니의 비중은 급격히 늘 전망이다.
차이나 머니의 주인은 그동안 중국의 적격국내기관투자가(QDII·Qualified Domestic Institutional Investors)가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투자공사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QDII는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에 투자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기관투자가들로 이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2008년 이전의 차이나 머니는 대부분 QDII 자금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국투자공사 등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투자공사는 올 상반기 중 자본금을 2000억 달러에서 4500억 달러 내외로 늘릴 계획인데다 투자대상도 기존 채권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0개이며 1, 2년 안에 상장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 계약을 체결한 곳도 35개사나 된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투자자들이 해외투자에 눈을 뜨면서 해외펀드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투자심리를 더 부추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차이나 머니 왜 들어오나
차이나 머니의 한국 증시 입성은 일종의 트렌드로 굳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958억 달러.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월까지 흑자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당분간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세를 보고 몰려드는 투기성 자금이 3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해외투자에 나서야 하는 형편.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물가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을 가장 앞세웠다"고 말했다.
차이나 머니의 투자대상국은 최근 들어 조금 변하는 추세다. 기존에는 주로 홍콩 증시(지난해 기준 71.8%)에 투자됐지만 최근에는 다른 아시아국가의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3.4%)은 미국(8.5%) 호주(4.2%)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은행과 정유산업은 있지만 정보기술(IT)과 조선 같은 분야에서 대표 기업이 없어 한국의 첨단산업 주식을 함께 보유하는 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유리하다"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보고 신뢰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미국 자금의 비중이 높았던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구성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신호다. 하지만 중국 자금 가운데 일부는 투기적 성격이라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 증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치훈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를 장려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국부펀드 같은 장기성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