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각 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올해 들어 7차례 이상 회의를 했다.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량 감축 계획의 실행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회의 주제였다.
하지만 처음 회의를 시작하면서부터 업무 관할을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관리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어떤 기관을 거쳐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대립하던 부처들은 창구를 나눠 맡는 대신 새 조직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당초 법에는 없었던 기후변화에너지센터를 국무총리실에 신설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센터는 각 부처에서 파견한 공무원들이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리 늘리기’로 결론을 낸 셈이다.
업무 조율을 하자며 회의를 하면 할수록 중복이 해소되기는커녕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지고 중복이 더 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정작 중요한 규제 내용에 대한 토론은 뒷전이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어떤 규모의 기업, 건물에까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울 것인가는 중소기업의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지만 회의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벌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이러는 동안 정책에 ‘울고 웃는’ 기업들은 지쳐가고 있다. 한 기업인은 “부처끼리 업무를 나눈다고 하는데 나중에 보면 어떻게 해서든 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며 “중복 규제로 인한 효율성 저하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정부 부처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일에선 절대 양보하지 않는 구태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누구를 위한 녹색성장인지 묻고 싶다.
김용석 사회부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