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은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불교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이나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맡지 않았지만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통했습니다. 속세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았지만 늘 사바세계의 대중과 함께 교감했습니다. 불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들과도 벽이 없이 소통했습니다. 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설파하고 실천했지만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많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바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입니다.
특히 무소유는 법정 스님을 상징하는 그 자체였습니다. 스님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법 정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속세의 인간이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나친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질, 특기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부나 자리를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돈으로 자리를 사거나, 자리로 돈을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돈이나 자리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널린 부정부패나 비리, 갈등은 모두 분수를 넘어 많은 것, 큰 것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이런 성찰의 시간을 준 것이야말로 스님이 남긴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